우주항공청 대신 우주전략본부?…야당 대안입법에 우주청 개청 ‘빨간불’

이종현 기자 2023. 3. 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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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연내 개청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야당이 우주항공청 설립 움직임에 맞서 ‘우주전략본부’를 두는 대안 입법을 내기로 하면서 특별법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청특별법 문제분석과 대안입법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주항공청 대신 우주전략본부를 설립하기 위한 대안 입법을 늦어도 4월 초에는 내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정부가 미국항공우주국(NASA)형 모델을 채택한다는데 이를 바로 설계할 만한 행정과 정책역량은 뒤처진 상황”이라며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거기에 전략본부를 둬서 장관급 본부장이 우주 수요가 있는 다양한 부처를 조정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이원욱·윤영찬·이정문 의원도 참석했다. 야당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 대신 우주전략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다고 나선 셈이다.

대전과학기술계 단체들이 지난해 4월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우주항공청 경남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야당 의원들이 우주항공청 설립에 반대 목소리를 낸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특별법상 우주항공청의 위상이 ‘한국판 NASA’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외청으로 만들어지는 우주항공청은 청장이 차관급이기 때문에 국방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의 협의나 조율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다룰 수 있는 예산 규모도 제한적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우주전략본부는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서 장관급이 본부장을 맡아 부처간 의견 조율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우주항공청의 위상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승래 의원은 지역구가 대전 유성갑이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야당 의원들도 충청 지역 연고가 많다.

대전은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들어서는 것에 가장 반발하는 지역이다. 대전 지역 과학기술계에선 과기정통부와 가깝고 기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천문연구원 등 우주 관련 출연연이 모여 았는 대전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이 딴지를 걸고 나선 건 이런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과 이틀 전에 같은 곳에서 열린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세미나’에서는 오히려 우주항공청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 세미나는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공동 주최했는데, 하 의원의 지역구는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예정인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이고, 김 의원의 지역구도 경남 김해시을이다. 김정호 의원은 “경남은 국내 최고 최대의 우주항공 생산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20일 열린 '우주항공청 특별법 세미나'에 (왼쪽부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해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주항공청 입지를 놓고 여야가 아닌 지역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은 사천에 들어설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 입지는) 대통령 공약이거니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항으로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4월 4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의 계획대로면 4월 6일에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다. 연내 우주항공청 개청을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 인선이나 인력 확보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구체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며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대안 입법을 들고나오면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됐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주항공청은 인사나 조직, 예산 등에서 다른 부처보다 권한이 강화된다”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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