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쿠르드계가 가른다
튀르키예 정계에서 주류는 아니었던 쿠르드계와 친쿠르드계 정당이 오는 5월 대선에서 ‘킹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르드계 인구는 튀르키예 전체 인구 중 약 20%를 차지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동안 쿠르드족의 권리와 쿠르드계 무장단체와의 분쟁 종식 등을 내걸어 지지를 얻어 왔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 경제 발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가 속한 정의개발당(AKP)이 점차 더 강력한 튀르크 민족주의 노선을 타면서 쿠르드계의 지지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 사이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친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과 쿠르드계에 손을 내밀어 정권 교체를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HDP는 튀르키예 의회 내에서 세번째로 큰 정당이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앞서고는 있으나 압도적인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5월 14일 대선에서 쿠르드계와 HDP의 표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3연임을 가르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HDP는 CHP 등으로 구성된 야당 연합에 쿠르드족의 권리를 요구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쿠르드족의 권리 및 제반 문제에 야당이 공감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HDP가 클르츠다로울루 후보와 회담했으며 이번 주 내로 클르츠다로울루 후보 지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HDP 의원은 “에르도안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및 쿠르드족 문제를 밀어냈다”며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쿠르드족 문제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 지방선거에서도 HDP는 야당과 협력해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AKP 소속 후보들을 물리친 바 있다. 바합 코슈쿤 교수는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최근 쿠르드족, 보수 유권자 모두와 연결되기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할 때 HDP의 지지자들이 그에게 투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HDP는 쿠르드계 무장 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혐의로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HDP는 이러한 혐의를 부정하고 있지만, 5월 선거에 출마가 금지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HDP는 법원에 4월 11로 예정된 청문회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올초 튀르키예 헌법재판소는 친 쿠르드 성향인 HDP에 대한 정부 지원금 동결을 결정하는 등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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