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그럼에도 불구하고…스윗소로우를 지탱하는 힘
데뷔 때부터 셀프 프로듀싱해 온 베테랑 싱어송라이터 그룹인 만큼 작업 과정에서 특별할 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가면 갈수록 힘들다”고 털어놨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전혀 없는데, 그만큼 더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더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이게 맞나, 좋은가 계속 확인하면서 하게 되요. 예전엔 좋았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래서 요즘 음악도 더 들어보게 되죠. 18년차 가수로서 내 방식대로 가면 될 것 같다고 하시는데도, 더 두드려보고 가게 되네요. 더 살피고, 생각하면서 가다 보니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데 그래도 ‘고여있지 않구나’ 하며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인호진)
김영우도 같은 생각을 덧붙였다. “연차가 쌓여도, 고민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20대 땐 뭔가 고민 없이 달려갔던 것 같아요. 이런 것 저런 것 망설임 없이 해보자였다면, 지금은 이게 우리에게 어울리는지 안어울리는지도 생각하고, 우리 서로도 더 살피게 되네요. 그게 부정적인 게 아니라, 더 자연스러워서 살피게 되는 거에요. 우리에게 더 맞는 섬세한 음악이 생기는 것도 같아요.”
그는 “예전엔 스윗했다 소로우했다 거침이 없었다. 장르 구분 없이 화음이 있으면 다 좋아했다면, 지금은 목적을 가진 고민을 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목적이 없는 고민이라면 정말 방황하는 거겠지만 목적을 갖고 찾아나가는 고민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아 우리 아직 살아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아요. 그 순간만큼은 확 몰입해서 에너지를 쏟게 되죠.”(김영우)
“옛날엔 우정이라 하면, 굉장히 끈끈하고 거대한, 무언가를 공유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해주는 것,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그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목적(음악)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 서로에게 정말 고맙죠. 각자 삶의 궤적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같이 스케줄만 뛰는 사이가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각자 경험하며 느낀 점을 함께 음악에 녹여낼 수 있어 좋아요.”(김영우)
20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현역으로서 음악을 해오고 있지만 내·외부적으로 달라진 환경은 그들의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송우진은 “우린 특정 이미지를 타게팅해 곡을 만드는 게 아닌 싱어송라이팅 그룹이니까 변하는 인생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호진의 부연처럼, 그들이 내놓은 모든 음악이 스윗소로우 ‘현재의 기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사랑해’, ‘좋겠다’, ‘정주나요’, ‘간지럽게’ 등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곡들과 비슷한 류의 신곡으로 다시 음원차트에서 영광(!)를 노려보는 건 어떻냐 도발성 질문을 건네자 이들은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건 좀 욕심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전세계의 수많은 뮤지션이 증명하듯, 반짝거리던 순간은 20~30대에 집중되어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에요. 인기 면에선 하강곡선을 그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고, 다만 그 하강이 완만하고 더 길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곡을 곡을 만들어서 그때처럼 히트할거야 이런 건, 자연을 거스르는 게 아닐까요(웃음). 그래도 우리가 노래하는 목적이, 우리의 몫이 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영우는 또 “그때 그때 맞는 멋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그 때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그 시기의 행복인 것 같다”며 “뮤지션은 나이가 들고 (인기가) 퇴색될 수도 있지만, 같은 곡도 그 나름의 멋을 가지고 해석할 수 있느 자유를 갖고 있으니 축복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작업하면서 계속 욕심이 생겨요. 노욕이 아니라 (웃음) 이걸 계속 하면서 살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에 계속 감탄하게 되죠. 라디오 진행을 하다 보니 다른 가수들의 곡을 많이 듣게 되는데, (타인의 음악에) 놀라는 나를 거의 매일 발견하면서 나 자신도 정말 안 늙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세상이 허락하지 않을지언정, 각종 지표나 수치는 완만하게 하락할지언정, 의미있는 한 지점을 하고 싶은데. 그게 저를 살게 해요. (음악 안에서) 존재감을 계속 느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인호진)
“창작자로서, 결과물이 나오면 그게 팬들에게 닿기 전에 스스로 얻게 되는 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치유일 수도 있고, 단순한 기쁨이나 꿈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가서 이 노래가 얼마나 사랑받느냐를 떠나서, 그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음악은 한결같이, 훨씬 더 좌절의 순간을 줘요. ‘진짜 재능있는 놈들이 따로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도 스스로 음악이 더 좋아졌나 하는 시기도 있어요. 그런 기쁨의 순간, 희열을 놓지 못해 계속 음악을 하는 거죠. 내가 만든 음악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받아들여주실 때 물론 더 의미가 있고 행복해지지만, 그 전에 음악 자체가 주는 그런 칭찬의 순간들, 기쁨의 순간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송우진)
“저는 등대가, 어떤 면에서는 남을 도와주려고 빛을 내는 게 아닐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살려고 빛을 내는데, 남들이 보고 우연히 거기서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거죠.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음악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자. 그런데 그게 정말 사람들에게 닿았나? 생각하면 그건 허수였던 것 같고, 겉멋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사랑해’ 가사를 썼던 강남 카페가 생각나는데요. 재미있게 썼던, 아주 우연한 순간들의 기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아주 우연한 것들이 밝혀내는 불빛들에,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거겠지 싶어요. 음악이 나에게 뭘까 생각해보면, 정말 이정도까지 음악을 하는거면 정말 좋아하는 거니까. 평생 노래하려면 좋아해주고 찾아주는 분이 있어야되는데, 그런 걸 계속 가고 싶다는 건 욕심이 생기는 거고, 욕심은 사람인거죠. 그런데, 사람이 보이더라고요.”(김영우)
김영우는 교수로서 강단에 서 사람들과 만나며 음악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내가 뭘 가르칠 수 있을까 하고 나갔지만, 음악을 멈췄던 그분들의 안타까움, 사정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걸 보게 되는 지점들도,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교수를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불빛을 밝히려 애쓰지 않았으면 보이지 않았을 일이죠. 무언가를 위해 빛을 밝히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때로는 (음악의) 조도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색 저런 톤으로 바꿔가고 싶어요. 때로는 배가 안 올 수도 있고, 때로는 대박이 나 불꽃축제를 할 수도 있고, 그걸 우리가 컨트롤 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그걸 하지 않으면 그저 조형물이 되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나 스스로 사랑하는 걸 계속 해나가기 위한 몸부림 같아요. 그 몸부림 안에서 숭고함이 나올 수도 있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겠죠.”
“저는 거의 모든 것들이 변하는 것 같아요. 음악시장도, 상황도, 저희의 나이도요. 팬들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던지. 다 그렇게 조금씩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만 안변하면 안되니까. 우리도 변하면서 협업도 하고, 고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송우진)
“물론 저는 수년째 안바뀐 게, 결혼도 안하고 20대 그대로의 인생의 직책, 지위를 갖고 있는데요. 안변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결혼할 수도 있고 다른 우여곡절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무게중심이 계속 여기(스윗소로우) 있는 거에요. 무게중심이 달라지면, 말을 안 해도 그게 보여요. 그런데 무게중심이라는 게, 진짜 날카로운 한 점이 아니라 여기에 있기 때문에 세 명이 같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무게중심을 이 곳에 두고 스윗소로우라는 이름을 삼발이로 잘 지켜갔으면 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인호진)
“데뷔 때부터 달라지지 않은 건, 노래 부를 때 서는 위치에요.(웃음) 그게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또 예전이랑 지금이랑 뭔가 상황들은 많이 달라졌는데, 우리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우진이의 톤이, 호진이형의 톤이 될 수 없고 각자 가진 톤이 그대로라는 것. 아마 저희의 목소리를 기계가 분석한다면, 똑같다고 분석할 겁니다. 그건 뮤지션의 축복이에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죠. 셋이 쓰는 노래들을 더 많이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순수하게, 더 많이 남기고 싶어요. 그게 기록인 거고, 그 기록들을 모아 밝혀놓고 싶습니다.”(김영우)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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