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스윗소로우 “망망대해 위에서 찾은 등대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3.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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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소로우 인호진, 송우진, 김영우가 새 콘서트 ‘등대’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사진|스윗소로우컴퍼니
“안녕하세요, 스윗소로우입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화음의 주인공. 목소리가 ‘시그니처’인 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인호진·김영우·송우진)를 만났다.

인터뷰의 시작은 올해 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이 전한 ‘멤버 전원 교수 임용’ 소식이었다.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타임’에 출연한 이들은 멤버 3인이 모두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 올해 3월 처음 문을 연 연세예술원 실용음악과 교수로 나서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됐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현역 가수들이 ‘교수님’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교단에 서는 건 어쩌면 흔한 루트지만,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20대 청년들이 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고, 어느덧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 후배들의 길잡이가 돼준다는 소식은 어떤 의미에선 격세지감이다.

올해로 18년째 활동 중인 스윗소로우의 비교적 데뷔 초창기 행보를 업계서 지켜본 입장에서 그들의 2023년은 어떨지 궁금했다. 특히, 좋은 소식은 (타인에 의해) 널리 알려져야 제맛 아닌가. 때마침 단독 콘서트 ‘등대’ 개최와 함께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터라, 인터뷰는 흔쾌히 성사됐다.

“연세대학교 출신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데, 유독 끈끈하게 모이는 게 있었어요. 연세대학교의 학풍이랄까요. 오래 전부터 연세예술원을 만들고 싶은 기조와 흐름이 있었는데, 제가 시작때부터 관여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게 됐고, 자연스럽게 우리 팀 멤버들도 함께 하게 됐죠.”(김영우)

연세예술원은 다중융합교육을 통해 예술 현장과 직접 연결된 작품을 제작하며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산업 연계 교육 기관으로 설립됐다. 학점은행제로 운영하는 학사과정 프로그램이다. 개원과 함께 초대 실용음악 학과장으로서 초반 세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김영우는 그렇게 원주와 서울을 오가며 강의에 임하고 있고, 인호진과 송우진은 추후 본격적으로 교단에 서게 된다.

김영우는 “음악에 꿈이 있는 분들을 위한 편입 과정이다. 기존에 열심히 했던 분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고 신선한 바람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인호진은 “현역을 떠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 플레잉 코치 같은 느낌이라 좋다”고 말했다.

본업과의 병행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윗소로우는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단다. 이미 수년간 강단에 서 온 김영우는 “많은 교수님들이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이 주가 돼 앨범이 안 나온다’는 고충을 많이 말씀하신다. 나 역시 해보니 쉽지 않더라. 하지만 또 의외로 가능하기도 하다. 교수 과정이 결국 상호작용이 되고, 거기서 리스펙트 지점이 있다. 오히려 교육적인 것들보다 경험적인 무언가와, 하면서 느낀 영감의 원천, 실패의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 속에서 또다른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윗소로우가 연세예술원 교수로 임용되며 갖게 된 포부를 밝혔다. 사진|스윗소로우컴퍼니
그 상대가 누가 됐건, 새로운 누군가와 음악적 자극을 주고받는다는 건 ‘그들만의 리그’에 종속되고 싶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경험이다. 이같은 경험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사실, 계속 고여있게 되요. 문화의 중심에서, 정규분포에서 뭔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창작 하는 입장에선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가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도 같고, 거기서 또 다른 영감과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인호진)

혹자에겐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스윗소로우의 현재는 어제도, 오늘도 ‘진행형’이다. 김영우는 교단에서 신선한 아이디어와 감정을 수혈하고, 인호진은 KBS2 라디오 ‘스윗 드라이브 인호진입니다’ DJ로 활약하며 새로운 음악과 이야기로 내면을 채워간다. 송우진 역시 스윗소로우의 무게중심으로서 그들의 음악 작업에 특히 골몰한다.

팬데믹이라는 ‘공황기’도 꿋꿋이 견뎌온 이들은, 지난 몇 년간 발표했던 싱글과 신곡을 엮어 오는 25일 정규 5집 파트2 ‘Nevertheless’를 발매하고,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등대’를 개최한다.

콘서트명 ‘등대’에는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신 분들께 전하는 메시지와, 우리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 같은 메시지”(인호진)를 담았다. 또 이는 이번에 발표되는 신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굉장히 오랫동안, 망망대해를 외롭게 떠다니는 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외롭고. 그런 마음을 많이 가졌는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내가 배인 줄 알았는데, 이 배를 기다리고 배가 잘 되기를 바라는 등대 같은 마음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내가 배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외로운 배를 지켜주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면, 원한다면,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약한 빛이라도 그런 등댓빛 같은 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사를 썼습니다. 콘서트 제목으로 하게 된 것도, 우리는 여기서 계속 노래하고 있으니 저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등대 빛을 보고 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짓게 됐어요.”(송우진)

김영우는 빙긋 웃으며 “등대는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나긋하면서도 결연하게 말했다. “때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땐 나에게 길을 잃지 않게 해줬다 라는 걸 나중에라도 깨닫게 되는 거죠.”

스윗소로우에게 ‘등대’는, 코로나가 준 선물 아닌 선물이다. 송우진은 “코로나 시기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 때 우린 모두 단절돼 있었고, 다들 외로웠고 막막하지 않았나. 떨어져 있지만 다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등대는 알아서 잘 나가고 있을 땐 그저 풍경에 그치지 않지만 풍랑과 어둠 속 비춰지는 한 줄기 등대빛은 그저 ‘빛’ 아닌가. 인호진은 “인생이 어느 순간까지는, 등대를 찾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으로서 등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 순간이 진짜, 고마우면서도 그 이후로는 계속 뭔가가 의지도 되고 그런 느낌도 들더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팬분들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우리를 만났던 그 시기가 가장 좋았다고 해주신다. 잊고 지냈는데, ‘맞아, 나에게 등대 같은 그런 게 있었지’ 하면서 공감을 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스윗소로우에겐 팬들이 등대였고, (아마도) 팬들에겐 스윗소로우가 등대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길을 밝히는 ‘등대’였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3일간 ‘등대’ 콘서트에서 모처럼 재회한다. 2020년부터 지속된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져 오프라인 콘서트가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고 만나는 남다른 자리다.

스윗소로우가 새 콘서트 ‘등대’로 팬들과 떼창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진|스윗소로우컴퍼니
이들은 “지난해 4월에 아주 오랜만에 ‘화음’ 콘서트(스윗소로우 브랜드 콘서트)를 겨우 할 수 있었는데, 시기가 공교롭게도 방역수칙이 걸려있던 때라 관객 분들이 함성을 지를 수 없었다”면서 “드디어 싱어롱 할 수 있는 자리가 왔다. 처음부터 소리 지르고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그 자리는, 만나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어요. 그렇지만 예전처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머뭇하고 주저하게 되는 게 있었죠. 관객석에 들어갈 수도 없고, 노래를 함께 부를 수도 없고.”(송우진)

“당시 공연은, 반갑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는 데서 오는 감정이 있었어요. 이심전심이랄까요.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마스크 속 얼굴 표정까지 느껴지는 그런 게 있었어요.”(인호진)

“코로나가 굉장히 무언가를, 주저하고 스스로 검열하게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되게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을 했던 팀인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컸으니까요. 그런데 또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름다운 공연인 게, 그 때의 상황에 맞는 등대의 불빛이었던 거고, 이젠 또 지금에 맞는 우리만의 불빛을 내야죠. 그게 어쩌면, 살아있는 등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김영우)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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