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전도사' 자처한 오타니, 다시 한국 언급한 이유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오타니.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잔치는 끝났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말 그대로 '만화야구'로 마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그답게 범상찮은 속내를 전했다.

오타니가 이끈 일본은 2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대2로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초 시즌 대비차 등판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오타니는 일본의 결승진출이 가시화되자 소속팀과의 협의를 통해 '불펜 등판'을 예고했다. 그리고 이날 9회 등판, 무키 베츠(LA 다저스)를 병살타로, 절친이자 팀동료인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닛폰 등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대회가)끝나고 나니 외로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또 각각의 팀에 돌아가야한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외로운 마음을 안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오타니. AFP연합뉴스

이어 "최고의 모습으로 이번 대회를 끝냈다. 어제도 그렇지만 선수 한명한명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끈질기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우승할 수 있었다"고 뿌듯한 속내를 전했다. "나라를 대표해 싸우는 일은 자랑스럽다. 같은 이유로 전세계에서 모인 톱클래스의 선수들과 야구로 맞대결하는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란 속내도 전했다.

불펜 등판에 대해서는 "마지막 타석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일본 야구가 주목받고 있다'는 질문에 "일본 만이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그외 다른 나라들도 좀더 야구를 좋아하게 됐으면 한다. 이번 대회가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오늘의 우승이 그래서 더욱 기분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오타니. EPA연합뉴스

앞서 오타니는 4강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도 "대만이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우리가 우승하면 '다음번엔 우리도!'라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라며 "앞으로 야구의 주목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초대 대회인 2006년, 그리고 2회 2009년에 이어 통산 3번째 WBC 우승을 차지했다. 오타니 뿐 아니라 향후 5년 이상 일본 야구를 이끌어갈 젊은 투수와 타자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이다.

특히 오타니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등 메이저리거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등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젊은 피들도 맹활약하며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뤄낸 점이 특히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

우승 순간 오타니의 포효. AFP연합뉴스

특히 오타니는 투타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우승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타자로는 7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투수로는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의 괴물같은 성적을 냈다.

오타니는 '다음 대회(2026 WBC)에도 참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가고 싶다! 내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만 계속 머물러준다면…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