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짜리 단숨에 팔렸다”...중국 큰손들 지갑 열게한 이곳은 어디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3.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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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1일 VIP개막
본토에서 온 컬렉터들 집결
차분한 분위기에 판매 호조
“홍콩 위상은 대체 불가능”
이우환 이불 등 K아트 인기

코로나19로 고립됐던 홍콩이 미술시장의 호조에 힙입어 부활을 꿈꾼다. 문호를 열자마자 본토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이 21일 오후 12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2일간 VIP 입장에 이어 23~25일 일반인 관람이 이어진다. 2020년 국가 보안법 시행 후 정치적 소요와 코로나19 격리가 이어지면서 축소됐던 행사가 1월 23일 방역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2019년 이후 4년만에 대규모로 열린다.

방역해제에도 지난 1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규모는 2019년의 약 10%로 쪼그라들었다. 홍콩 정부는 3월 무료 항공권 50만장을 뿌리는 파격적인 관광진흥책 ‘헬로 홍콩’의 닻을 올리며 관광허브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중국 큰손 집결…서구 큰 손은 글쎄
부활의 첫 시험대가 될 3월 한달간 홍콩은 ‘아트위크’로 물든다. 금주부터 홍콩 미술관과 갤러리가 주최하는 화려한 파티와 비공개 만찬이 매일밤 열리고 있다. 3대 경매사는 걸작들을 공수해 전시를 열고 있다. 서구룡반도의 M+뮤지엄 외벽에 홍콩 풍경의 변화를 담은 피필로티 리스트의 초대형 영상 ‘너의 믿음을 건네줘’를 상영하며 낮과 밤을 미술로 물들인다.

공백기 동안 라이벌 도시가 등장했다. 초고액자산가들이 홍콩을 떠나는 ‘홍콩 엑소더스’로 이주가 대거 이뤄진 싱가포르를 비롯해 서울, 도쿄가 일제히 국제 아트페어를 신설하며 맹주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몰락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의 위용은 ‘왕의 귀환’이라 할 만했다.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여해 2019년에 비해 27% 준 규모지만 137개가 참여한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등 한국 화랑은 역대 최대인 12개가 참여한다.

21일 개막행사에서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대표는 “글로벌 3대 경매사의 홍콩 투자가 늘고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적 화랑이 대규모로 진출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미술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다. 홍콩은 의심할 여지없는 아시아의 미술중심지”라고 말했다. 앙젤 시앙-리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는 외신들이 제기하는 중국의 검열 우려에 대해 “어떤 간섭, 검열도 없었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준비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엔카운터스’로 전시된 트레버 영의 ‘차양 아래 미스터 커들스’가 천정에 걸려있다.
VIP가 초대된 첫 날 풍경은 하루 7만명이 찾으며 ‘인산인해’를 이뤘던 작년 9월 프리즈 서울과는 대조적이었다. 큰 손들이 집결했지만 관람객수는 4년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차분한 분위기였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중국 본토의 손님이 40%, 한국과 아시아의 손님이 절반을 채운 것 같고, 서구의 손님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엔카운터스’로 전시된 자파 람의 ‘트롤리 파티’. 폐기된 일상의 직물로 만들어 고요한 내부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메가 화랑은 슈퍼스타 ‘완판’
1조원 예술장터의 부활을 노리는 첫 날 판매는 호조를 보였다. 4년만에 열린 중국 시장을 겨냥한 메가 화랑들은 ‘블루칩’ 위주의 막대한 진용을 갖춘 탓이다. 프리즈 서울에서 보기 힘들었던 슈퍼스타들의 희귀한 신작이 즐비했다. 인기 화랑에는 발디딜틈이 없없다.
조지 콘도(왼쪽부터), 에이브리 싱어 등이 전시된 하우저앤워스
조지 콘도, 에이브리 싱어, 니콜라스 파티 등의 대작을 가지고 온 세계 톱화랑인 하우저앤워스는 45억원에 마크 브래드포드 대작을 판데 이어 수억원에 폴 매카시, 팻 스타이어, 에드 클라크 등의 작품을 모두 아시아 고객에게 팔았다. 에이브리 싱어, 니콜라스 파티 등의 대작도 남은 기간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하우저앤워스의 천소혜 디렉터는“4년만의 페어라 아주 큰 기대를 갖고 간판 작가들을 엄선했다. 실제로 아시아 컬렉터의 관심도 크다”라고 말했다.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는 아담 패들턴의 솔로쇼를 선보여 10점 모두 각각 약 1억2500만원에 첫날 완판시켰다. 페이스 갤러리도 알렉스 카츠 대작을 11억원에 팔고, 나라 요시토모, 로이 할로웰 등 거의 모든 작품을 완판했다.

250만 달러에 팔린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A Taste of Poison Paradise’
시장에서 인기가 뜨거운 ‘여성작가 강세’도 두드러졌다. 빅토리아 미로의 간판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초대형 신작은 250만달러(약 33억원)에 나와 개막전 예약 판매됐다. 밀튼 애이버리, 마리아 베리요 등 여성 작가 라인업이 쟁쟁했다. 리만 머핀은 첫날 류웨이, 이불(약 2억5000만원) 등 거의 모든 작품을 팔았다. 도쿄의 오타파인아츠는 구사마 야요이 대형 호박조각을 45억원에 팔았다.

글래드스톤이 내건 아니카 리의 신작도 인기 작품이 됐다. 데이비드 즈위너는 엘리자베스 페이튼 작품을 약 29억원에 팔았다. 페로탕의 간판 작가는 엠마 웹스터였고, 페레스프로젝트는 도나 후앙카를 앞세웠다. LA 갤러리 스티븐 프리드먼은 사라불의 작업 7점을 나란히 걸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리즈 서울은 미술관급 고전 걸작을 망라한 ‘마스터스’를 앞세웠지만 아트바젤 홍콩은 팔리는 작가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LDGR의 부스가 화려했다. 파블로 피카소,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고가 작품을 걸었고, 페어에 방문해 큰 인기를 자랑한 ‘NFT(대체불가토큰)의 제왕’ 비플의 영상 ‘S.2011’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 갤러리대표는 “한국 관람객이 정말 많이 왔지만, 지갑은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열었다”라고 했다.

세계적 존재감 커진 ‘K아트’
이번 행사의 ‘관문’은 4년만에 돌아온 ‘엔카운터스’ 섹션으로 13개의 대형 전시를 선보였다. 트레버 영, 자타 람 등의 13개 작업은 큰 인기를 얻으며 ‘셀카존’이 됐다. 한국 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한 김홍석은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은유한 ‘침묵의 고독’을 선보였다. 곰, 너구리, 개 등의 동물탈을 쓴 마네킹 인형을 입구에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연출해 인기만점 부스가 됐다.
‘엔카운터스’에 초대된 김홍석의 ‘침묵의 고독’. 동물인형들이 현대인의 고독을 우화적으로 재현한다.
메가 화랑에선 한국 작가를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싸이 톰블리, 쩡판즈, 자데 파도주티미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 가고시안의 입구를 장식한 ‘얼굴’은 백남준의 ‘스탠딩 붓다’였다.
가고시안의 백남준 ‘스탠딩 붓다’
페이스 갤러리는 13억원에 이우환의 ‘대화’를 첫날 팔았고, 화이트 큐브와 페로탕, 도쿄갤러리는 박서보를 돋보이게 걸었다. 페이스는 전속 화랑인 PKM과 협업으로 ‘한국 추상 미술의 대부’ 유영국을 간판 작가로 걸었다. 리만머핀도 1세대 행위예술가 성능경과 전속 계약 후 첫 전시로 부스를 꾸렸다.
국제갤러리의 부스 전경
국제갤러리는 2억원대 박서보 ‘묘법’과 하종현의 ‘접합’, 1억원대 양혜규, 문성식 작품 등을 첫날 팔았다. 조현화랑도 이배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려 7점을 개막 전에 모두 팔았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이배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기라 다음 아트페어에서라도 사고 싶다는 손님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학고재는 아시아권 인기가 뜨거운 ‘달동네 화가’ 정영주의 회화 4점을 개막 전 완판시켰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정영주는 미국 중국 홍콩에서 구매를 했고, 홍콩에선 마지막날 판매가 많은 편인데 기대보다 고르게 첫날부터 절반 이상을 팔았다”고 했다.
이배 작품이 집중 전시된 조현화랑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스’ 섹션에도 휘슬은 람한, 제이슨함은 모카리, 갤러리2는 전현선의 개인전을 꾸려 개성있는 전시를 선보였다. 갤러리2는 전현선 작가의 16점 연작을 ‘그림 동굴’처럼 설치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관람객이 이 그림이 만든 공간 안에 들어오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16점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연작이라 한 컬렉터에게 팔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4만달러 안팎의 초대형 회화 3점을 완판한 제이슨함의 함윤철 대표는 “인물화 전통에 기반한 고전적인 페인팅을 선보이는 작가의 강렬한 이미지에 홍콩, 브뤼셀 등 해외 고객이 구입했다. 한국서 나고 자란 작가가 세계적 작가가 될 기반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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