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의 숨은 별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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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야구의 '대부' 권기홍 경주중·고 야구부장이 지난 19일 갑작스레 타계했다.
그는 경주중·고에서 야구부장과 감독 그리고 체육 교사로 32년을 재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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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생 51년, 직·간접 거쳐간 제자 1200명 넘어
아마추어 야구의 '대부' 권기홍 경주중·고 야구부장이 지난 19일 갑작스레 타계했다. 향년 62세.
그는 경주중·고에서 야구부장과 감독 그리고 체육 교사로 32년을 재직해 왔다. 21일까지 이어진 장례 기간 동안 야구계 선후배, 경주중·고 야구부원들이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권 부장은 대구상고와 건국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대구상고 시절이던 1979년 상문고와 신일고와의 연이틀 벌어진 두 경기에서 23이닝을 완투한 초인적인 활약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보이스 피싱범이 걸어온 전화가 발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안타까움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권 부장은 지난 18일 "사랑하는 딸을 감금하고 있다"는 보이스 피싱범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밤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행히 다음 날 딸과 연락이 닿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경주 경찰서를 들러 나오다 심장에 쇼크를 받았다. 쓰러진 그를 주변 사람들이 긴급 조치를 취했으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김용국 전 경주고 감독은 "권기홍 부장과는 초·중·고 12년을 함께 운동했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로 뛰며 세계대회에 출전한 것과 야구부장으로서의 그의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야구 감독이 아버지라면 야구부장은 어머니에 비유된다. 30년이 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은 도맡아 해 주셨던 권 선배가 이렇게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주중·고에서 그의 손을 직·간접적으로 거쳐간 선수는 1,200명이 넘는다. 그는 지난해 경주고 야구부 감독직을 두 달간 잠시 수행한 적이 있다. 전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후임자가 부임 전 팀은 전국체전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권 부장과는 친구이자 롯데 전준우의 아버지인 전병목씨는 "야구부 감독은 아무나 하나라고 말하던 사람이 팀을 맡게 되어 본의 아니게 잠시지만 소원 성취했다고 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며 "너무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권 부장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후배와 제자들이 그의 떠나는 길에 최고의 예를 갖추어 배웅했다. 그를 태운 운구차가 교정과 다이아몬드를 돌아 나가는 동안 유니폼을 갖추어 입고 학교 정문에 도열, 선배와 스승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임원수 경주중 야구부 감독은 "아마야구의 큰 별이 졌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야구 보시며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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