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갑질·쪼개기 계약’…시달리는 경비 노동자들

홍화경 입력 2023. 3. 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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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 시행 1년 반이 됐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요.

경비원들은 3개월짜리 '쪼개기 계약' 등으로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70대 경비원 박 모 씨가 관리소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호소문을 남기고 숨졌습니다.

이후 동료 경비원 70여 명이 모여, 관리소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는데요.

"경비복을 입으면 사람 취급을 안 한다", "파리 목숨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데 모여 단체 행동에 나선 겁니다.

[경비 노동자 : "투명인간으로 취급받아 온 지난 세월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서러운 일상을 감내해야 했다."]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

특히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애초부터 불리한 근로 계약 때문에 '갑질'을 당해도 대응할 수 없었단 겁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 계약서를 살펴 볼까요?

계약 기간은 '3개월', 임금은 정확히 '최저' 수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 입니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을 맺는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3개월 이하의 '초단기' 계약이 확산하면서 경비원들은 고용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2주 이내로 규정된 퇴직금 지급 시기는, 두 달까지 늦춰도 문제 제기 못 하도록 막아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석 달 사이, 이 아파트에서 일하다 계약이 해지된 경비원만 10명이 넘는 걸로 전해졌는데요.

갑질에 시달리는 경비원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입주민 폭행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시행됐습니다.

경비와 청소보조 등 정해진 업무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경비원들에게 내릴 수 없게 규정한 게 주요 내용입니다.

법 시행 1년 반이 됐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권리구제 상담은 지난해 천 건을 넘어섰는데요.

1년 만에 근로시간과 해고 상담 등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법 취지를 무색게 하고 있습니다.

경비원이 아파트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공장 등 다른 경비원들도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3월, 도급업체와 1년 계약을 맺고 경남의 한 제조업체에서 경비 업무를 하던 69살 A 씨.

하지만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제조업체 회사 대표가 오갈 때 거수 경례 등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해고 이유였다고 A 씨는 말합니다.

[경비노동자 A 씨/음성변조 : "사장이 나가면 빨리 뛰어나가서 복장도 단정히 해서 경례를 깍듯이 하고, (제가 관리자한테) 너무 과잉 충성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A 씨는 화장실 관리나, 식당 일까지 해야 했습니다.

[경비노동자 A 씨/음성변조 : "식당에 주는 인건비 줄이려고, 밤 11시가 되면 (야근 직원들) 밥을 우리가 챙겨줘야 한다고…."]

제조업체 측은 A 씨에게 경례를 강요하지 않았고, 복장과 근무태도 불량 때문에 남은 기간 임금을 지급하고 경비원을 교체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화장실 비품 채우기 등은 도급업체와 계약된 업무라고 밝혔습니다.

제조업체와 도급업체 간 계약서를 볼까요.

경비 업무 외에도 제조업체의 필요로 지시한 전반적인 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A 씨가 도급업체와 맺은 계약서는 달랐는데요.

업무가 '경비'라고만 적혀 있고, 다른 업무 내용은 없습니다.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우만 해당되는데요.

고용 형태 등 경비원 처우 개선과 갑질 방지법의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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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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