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핵 요소 갖춘 무기 쓴다” 러 반발… 英이 우크라에 제공할 포탄은?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3. 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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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방부 “수십년 간 사용한 것 러시아도 알면서, ‘핵무기’로 왜곡 선전”
주한 미공군은 작년 4월 국내 비축한 탱크공격용 110만 발 미 본토로 이송

애너벨 골디 영국 국방부 부(副)장관은 21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자국산 챌린저 2 탱크 14대에 열화(劣化)우라늄탄(DUㆍDepleted Uranium)을 장착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영국은 “챌린저 2 주력 탱크에 열화우라늄을 이용한 장갑 관통탄을 포함한 포탄을 제공할 것”이라며, “DU탄은 챌린저 탱크의 표준 구성요소이고 핵무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22일 영국 남서부의 보빙턴 훈련 캠프에서 영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주력 전차인 챌린저 2 탱크에 대한 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포병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국방부는 “영국 육군은 지난 수십년 간 장갑(裝甲) 관통 포탄에 DU를 사용했으며, 러시아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 이를 ‘핵무기’로 몰아 악의적으로 왜곡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언론은 영국이 제공하는 열화우라늄탄은 L26(CHARM 1)또는 L27A1(CHARM 3) 포탄으로 예상되며, 이들 포탄은 장갑 수준에 관계없이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모든 탱크를 관통할 수 있으며, 최대 관통 능력은 700㎜ 두께라고 전했다.

탱크의 장갑 관통형으로 쓰이는 열화우라늄탄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 “서방이 집단적으로 핵 요소를 갖춘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이 경우, 러시아는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영국의 결정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의 잠재적인 핵 충돌까지는 이제 몇 걸음 남지 않게 됐다”며 “당연히 러시아도 이에 대응할 것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영국왕립협회와 같이 독립적인 과학자 그룹은 열화우라늄탄 사용이 병사들의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평가해왔다”고 반박했다.

영국군의 전(前) 탱크 지휘관이자 화학무기 전문가인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은 BBC 방송에 “푸틴의 발언은 전형적인 왜곡 선전이며, 미량의 열화우라늄을 포함한 챌린저 2 탱크의 장갑관통탄을 고농축 우라늄으로 만든 핵무기와 연관 짓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말했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를 만들거나 원자로 연료를 제조하기 위해 천연 우라늄 235(자연상태 0.7%)의 농도를 높여 농축 우라늄을 추출한 뒤에 남는 우라늄 폐기물로, 감손우라늄, 폐기우라늄 등으로도 불린다.

열화우라늄은 납보다 밀도가 1.7배 정도 높아서, 금속과 합금해서 장갑이나 강철을 관통하는 포탄 제조에 사용된다. 포탄의 끝(tip)이나 코어(core)를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포탄은 탱크의 측면을 관통하고, 관통할 때 발생한 마찰열로 열화우라늄은 미세한 분말로 변해 폭발한다. 이 폭발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먼지는 독성이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같은 일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수십만 톤의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제1차 걸프전쟁 때 열화우라늄탄을 처음 사용했다. 또 1999년 세르비아계가 주축인 된 신(新)유고연방군이 알바니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코소보를 장악하고 인종 학살을 자행하자, NATO는 78일 간 코소보 공습을 하면서 3만1000발 이상의 장갑관통용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1차 걸프 전쟁이 끝나고 참전 군인의 자녀와 가족에게서 선천성 기형ㆍ면역 결핍ㆍ호르몬 이상 등 원인 모를 질병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들 질병을 ‘걸프전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열화우라늄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영국이 1999년 유고에서처럼 또다시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위반하겠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이 포함된 어떠한 포탄도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열화우라늄탄이 재래식 폭탄 정도의 피해밖에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도 작년 4월, 주한 미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경기도 화성시의 탄약고에 보관하던 열화우라늄탄 110만여 발을 미 본토로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 비축됐던 열화우라늄탄은 미군이 ‘탱크 킬러’로 알려진 A-10 선터볼트(Thuderbolt) 근접지원기가 사용하는 30㎜ 철갑 소이탄이었다.

2022년 유엔환경프로그램(UEP) 보고서는 “폭발물에 사용되는 열화우라늄과 독성 물질은 피부 발진, 신부전(腎不全), 암 발생 증가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열화우라늄탄의 방사능보다도 화학적 독성이 더 심각한 이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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