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들 “정부,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성명…학계, 잇단 한·일 회담 비판 목소리

김세훈 기자 2023. 3. 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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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상안, 삼권분립 원칙 훼손” 지적
지소미아 정상화 등 군사협력 강화 비판
한·일 관계 사회적 공감 형성 필요 강조
허은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가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 교수들이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징용) 배상안 철회를 정부에 촉구했다.

고려대 교수 85명은 22일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박준구세미나실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보상안은 강제징용 피해자인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방기한 조치”라며 “배상안에 반대하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정부 해법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은 무고한 피해를 본 국민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정부의 배상안은 이런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하고,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부 조치가 국민 기대에 반하며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윤석열 정부도 과거 정부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 국민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경제 보복으로 맞선 일본 정부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과거사 반성이 없는 일본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는 우리 사회 내부의 역사 왜곡과 갈등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등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비판했다. 이들은 “제국주의 지배와 강제징용, 전쟁과 분단이 연이었던 극단의 역사를 성찰하며 미완의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는 실현될 수 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한·일 군사 협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조치가 향후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민 기본권과 역사적 과제의 해결을 외면한 어떠한 외교, 안보, 경제 정책도 정당성과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숙원 해결이 정치·외교적인 사안이기 전에 21세기 미래를 위한 가치와 정의를 세우는 역사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관계회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 가볍게 정리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선 강제징용 해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과 17일 서울대와 동국대 교수들이 각각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15일에는 역사관련 학회 53곳이 정부의 배상안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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