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이상의 숨막힌 맞대결, 오타니는 이 공으로 트라웃을 녹였다[WBC]

노재형 2023. 3. 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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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각본도 이렇게까지 정교하고 극적일 수 없다.

'세기의 매치'로 관심을 모은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의 사상 첫 맞대결은 오타니의 완승이었다.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은 오타니를 앞세운 일본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오타니는 이날 가장 빠른 101.6마일 직구를 바깥쪽으로 뿌렸지만, 포수 미트를 벗어난 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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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9회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처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영화 각본도 이렇게까지 정교하고 극적일 수 없다.

'세기의 매치'로 관심을 모은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의 사상 첫 맞대결은 오타니의 완승이었다.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은 오타니를 앞세운 일본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타니와 트라웃의 만남은 마지막 순간 성사됐다. 일본은 3-2로 앞선 9회초 오타니를 마무리로 세웠다.

미국은 선두 제프 맥닐이 풀카운트에서 오타니의 7구째 99.4마일 낮은 포심 직구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볼판정을 받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살짝 깨문 오타니는 다음 타자 무키 베츠를 2구째 바깥쪽 쪽으로 직구를 찔러넣어 병상타를 유도했다. 베츠가 힘차게 때렸지만, 타구는 힘없이 2루수 앞으로 흘렀다.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의 사상 첫 투타 대결 투구 분석. 오타니의 슬라이더는 궤적의 특이성 때문에 스위퍼(sweeper)로 불린다. 사진=MLB.com 캡처

주자가 사라지는 바람에 트라웃이 마지막 타자로 서게 됐다. 오타니의 마지막 아웃카운트 희생양이 되라는 운명인 듯했다.

초구 88.3마일 슬라이더(MLB.com은 스위퍼로 칭함)가 낮게 들어가 볼, 이어 100마일 직구에 방망이를 헛돌린 트라웃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3구째 99.8마일 직구가 볼이 됐고, 같은 구속의 직구에 트라웃이 다시 헛스윙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오타니는 이날 가장 빠른 101.6마일 직구를 바깥쪽으로 뿌렸지만, 포수 미트를 벗어난 볼이 됐다.

오타니의 6구째 선택은 슬라이더. 87.2마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에 트라웃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오타니는 두 팔을 들어 포효했고, 트라웃은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사상 다시 없을 지도 모를 현존 최강의 투타 맞대결극은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를 모두 채운 채 그렇게 마무리됐다.

오타니는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3차례 구원 등판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2018년 LA 에인절스 입단 이후 나선 63경기는 모두 선발등판이었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구원 등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앞서 오타니는 결승에 올라갈 경우 구원으로 던지겠다고 의욕을 나타낸 바 있다.

이날 일본의 리드가 경기 중반 이후에도 이어지자 오타니는 7회초 수비 때 불펜으로 이동해 몸 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7회말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자 다시 더그아웃으로 이동해 타격에 나섰다. 오타니가 더그아웃과 불펜을 오가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현지 중계 카메라도 오타니의 이동 장면을 포착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15개의 공을 던진 오타니는 포심 직구 구속이 최고 101.6마일, 평균 99.6마일을 찍었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로 타율 0.435 1홈런 10볼넷 8타점 OPS 1.345, 투수로 3경기에서 9⅔이닝 동안 11탈삼진, 평균자책점 1.86을 올려 대회 MVP에 선정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마이크 트라웃이 9회 타석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응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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