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우리의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야” - 뮤지컬 'HOPE'

서지혜 기자 2023. 3. 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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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지만 생전에는 주목 받지 못했다.

뮤지컬 '호프(HOPE)'는 바로 이 위대한 소설가 카프카(극 중 요제프)의 유작 반환 소송에서 시작된다.

극의 주인공은 소설을 넘겨받은 (실화에서 두 딸 중 한 명에 해당하는) 딸 에바 호프다.

그리고 호프가 이토록 인생을 걸고 원고를 지키려 하는 이유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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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HOPE' 리뷰
6월 1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
[서울경제]

공연 전 배경지식

체코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지만 생전에는 주목 받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사후 재평가돼 세계적인 실존주의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카프카는 자신의 친구이자 작가인 막스 브로트에게 사람들이 읽지 않는 소설은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브로트는 원고를 정리해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출간한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미완성 원고 중 일부를 비서인 에스더에게 전달했고, 에스더는 죽음을 앞두고 이 원고를 두 딸에게 유산으로 남긴다. 하지만 에스더가 사망한 이후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이 카프카 원고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나긴 재판이 시작된다.

원고 ‘K’를 지키는 이유 “잃어본 적 없는 사람은 몰라”
뮤지컬 <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무대.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호프(HOPE)’는 바로 이 위대한 소설가 카프카(극 중 요제프)의 유작 반환 소송에서 시작된다. 극의 주인공은 소설을 넘겨받은 (실화에서 두 딸 중 한 명에 해당하는) 딸 에바 호프다. 하지만 극의 관심은 요제프의 소설이 ‘얼마나 가치있는가’가 아니다. 이 원고를 쥔 호프의 인생에 주목한다. 호프는 30년간 원고 소유권을 두고 소송을 이어간다. 세상은 그를 ‘돈에 미친 78세 노인네’로 몰아가고 호프는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가난하게 삶을 이어간다. 아니, 혼자는 아니다. 호프의 곁에는 원고 ‘K’가 있다. 작품은 호프가 30년간 지킨 원고를 ‘K’로 의인화 한다. 그리고 호프가 이토록 인생을 걸고 원고를 지키려 하는 이유에 집중한다. 호프가 원고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지, ‘광기’나 ‘돈’ 때문이 아니다.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몰라. 전부를 잃고 남은 게 하나라면 사람은 그 전부를 위해 난 모든 걸 걸어”라는 대사 처럼 전쟁에서 살아남은 호프에게 원고는 인생에서 남은 단 하나다. 가족과 친구와 사랑이 떠나고 남은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모든 것이기도 하다. ‘잃어 본 사람은 안다’고 읊조리는 호프의 모습은 비단 원고 뿐 아니라 물건, 자산, 사람, 명예, 자리에 한 번이라도 집착해 본 사람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

1인 2역이지만 2인 1역···누구라도 ‘호프’로 만드는 마법같은 기획력
뮤지컬 <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연습 현장. 사진제공-=알앤디웍스

관객의 감성을 절정까지 끌어올리는 요인은 절절한 대사 뿐만이 아니다. 호프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와 쉴새 없이 대화하는 ‘과거 호프’, ‘마리’는 관객을 110분 간 온전히 호프에 몰입하게 한다. 극은 끊임없이 전쟁 중인 과거와 세상이 뒤바뀐 현재를 오가는데, ‘과거 호프’와 호프의 엄마 역할인 ‘마리’는 재판 중인 현재에서 기자, 배심원으로 변신한다. 중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에서 캐스팅 문제로 흔하게 등장하는 1인 2역 방식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두 역할이 반드시 1인 2역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관객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현실로 돌아와 두 사람은 호프에게 과거의 역할이 환생한 듯한 말투로 질문하고, 지적한다. 이토록 매끄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법이 있다니. 제작진의 기획력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원고 ‘K’는 호프에게 외친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라고. 호프는 유일한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견 없는 탄탄한 작품성을 토대로 한 뮤지컬 ‘호프’는 오는 6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진행된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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