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서만 웃는 감정 노동자 그녀, '불멸의 여자'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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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불멸의 여자'(감독 최종태)는 '연극 그대로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라고 소개된 작품이다.
말 그대로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옮겼다는 얘기인데, 단순히 연극 공연을 카메라로 촬영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장치들을 적극 활용했다.
사실 세트가 아닌 연극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는 것이라 영화적인 사실감이나 볼거리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를 상쇄할만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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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불멸의 여자'(감독 최종태)는 '연극 그대로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라고 소개된 작품이다. 말 그대로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옮겼다는 얘기인데, 단순히 연극 공연을 카메라로 촬영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장치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영화적이면서도 연극적인 특색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이종교배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는 '앙주 가르디앙'이라는 화장품 전문 매장에서 일하는 두 파견직 직원 희경(이음 분)과 승아(이정경 분)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승아보다 나이가 많은 희경은 본사에서도 인정받는 모범사원으로 '불멸의 미소천사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미소가 아름다운 점원이다. 감정 노동 베테랑인 희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칠 수 있다. 온종일 서 있어야 하는 일 때문에 하지정맥류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CCTV 앞에서 언제나 친절한 미소로 고객들을 맞이해야 하는 희경과 승아는 여러 어려움과 불편함 감정들을 숨긴 채 고객을 맞는다. 그러던 중 화장품 반품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눈가 주름 방지용 화장품을 샀는데 오히려 눈가 주름이 더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다. 승아는 메뉴얼대로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지만, 고객은 거짓말을 한다며 매장에 찾아와 시비를 건다.
진상 고객 정란(윤가현 분)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결국 승아는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고 매장을 떠난다. 그러자 정란은 이번에는 희경에게 시비를 걸고 마트 지점장 상필(안내상 분)이 와도 갑질을 계속하더니 급기야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희경은 무릎을 꿇고 "당장 현금으로 환불을 해달라"는 정란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사비를 털어 돈을 주고 만다.
영화는 희경을 중심에 두고,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짓기를 요구받는 감정 노동자들을 향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시선들을 드러낸다. 진상 고객 정란에게 그들은 분풀이 대상이며, 친절한 손님을 가장하고 자주 매장을 방문하는 지점장의 아내 지은(윤재진 분)에게는 젊음만을 믿고 몸을 놀리는 하찮은 존재들이다. 정직원 채용을 미끼로 아내의 눈을 피해 여직원들과 불륜을 저질러 온 상필(안내상 분)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 아내와 두 직원에게 모든 상황을 떠넘기고 뒤로 빠진다. 타인들로부터 받은 모욕과 멸시를 꾹꾹 마음 속에 눌러담은 채 천사처럼 아름다운 불멸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희경의 모습은 그래서 불편하고 서글프다.
연극계에서 활약해온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87분간 스크린 속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오롯이 몰입하게 만든다. 사실 세트가 아닌 연극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는 것이라 영화적인 사실감이나 볼거리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를 상쇄할만큼 흥미롭다. 키치한 음악과 중요한 순간마다 들어가는 조명은 만화적인 느낌을 주며 영화에 독특한 스타일을 부여한다. 연극적인 재미가 가득한 작품을 스크린으로 만나는 즐거움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오는 4월5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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