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영끌 5적’을 욕한들…

입력 2023. 3.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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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한 A씨가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집값 상승기를 지나면서 최근 몇 년간 '족집게'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2010년 전부터 '집값 대폭락 시대'를 예언한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며 부동산시장에 스타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집값 상승기였던 문재인 정부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는 최근 언론과 SNS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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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한 A씨가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집값 상승기를 지나면서 최근 몇 년간 ‘족집게’ 전문가로 통했다. 대부분 언론에서 그는 섭외 1순위였다. 하지만 집값 하락기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그는 소위 ‘영끌 5적’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비난받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에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도록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집값 하락시기가 되니 그는 수많은 젊은이의 피해를 키운 원흉 취급을 당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B씨가 있다. 그는 2010년 전부터 ‘집값 대폭락 시대’를 예언한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며 부동산시장에 스타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2010년대 중반까지 그는 각종 방송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누비며 대세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집값은 그의 전망과 반대로 움직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고 기다렸다가, 심지어 있는 집도 팔았다가 ‘벼락거지’가 됐다는 하소연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에 대해 집을 사야 할 시기를 놓치게 한 원흉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기였던 문재인 정부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는 최근 언론과 SNS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의 SNS 방송의 제목은 ‘앞으로 5년 부동산 집값 하락합니다. 미분양이 넘쳐날 겁니다’ ‘지난 하락장 때와 똑같습니다. 앞으로 집값 이때까지 하락합니다’ 같은 것이다.

앞선 두 사람에 비해 별로 유명하지 않은 부동산 전문가 C씨가 있다. 대학교수 출신인 그는 집값에 대해 늘 애매한 태도로 논평한다. ‘오른다’거나 ‘내린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오를 요인은 어떤 것이 있는데 떨어질 요인도 어떤 게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집값 전망도 지역마다, 단지마다 다르다고 한다. 그러니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밍밍하다. 기사로 옮기기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런 C씨는 자신이 왜 별로 인기가 없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찾아서 꼼꼼하게 정보를 제공해도 사람들은 결국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만 찾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담당기자로서 C씨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사도 똑같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오른다’거나 ‘내린다’는 확실한 입장의 기사를 선호한다. 단정적이고 세게 말할수록 조회 수는 더 올라간다. 반응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이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기사에 환호하고, 유주택자는 반등한다는 기사를 찾아 읽으며 만족한다.

내가 아는 한 전문가 대부분은 그저 각자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한 내용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은 그중 어떤 걸 선택해 띄우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해도 전망은 때때로 틀릴 수 있다. 경기 사이클은 변하고, 여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한대로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특정 전망을 맹신하는 팬덤’을 주의하라고 했다. 특히 경제적 선택에 이런 ‘팬덤’은 위험하다. 그들의 의견을 골라 들으며 반응한 나의 경제적 선택의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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