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유통기한…시간과 싸우는 방사성의약품 제조소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3. 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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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켐바이오 방사성의약품센터 가보니
유통기한 5~10시간에 불과
의료시설에 제조설비 갖춰
진단 넘어 치료제 개발 계획도

모든 질병의 치료는 진단에서 시작된다. 많은 질병이 초기에 발견된다면 비교적 쉽게 치료가 가능하거나 진행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이나 치매 같은 중증질환일수록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사성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자리잡은 듀켐바이오 방사성의약품센터는 ‘방사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만큼 깊은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다. 언뜻 듣기에 위험한 방사성을 활용하는 시설이 의료기관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해 윤광엽 듀켐바이오 품질보증부 팀장은 “방사성의약품은 반감기를 지닌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 특성상 일반적인 의약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5~10시간으로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며 “그래서 제품을 대량으로 미리 제조해두고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투약할 환자가 생기면 보통 하루 전날쯤 생산해 공급하기 때문에 의료시설에 제조설비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한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제조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사성동위원소와 의약품을 결합해 만든 특수의약품인 방사성의약품은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촬영 시 질병에 따른 미세한 생화학적 변화를 눈으로 바로 확인하도록 해 치매, 전립선암, 파킨슨병, 뇌종양 등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조직검사 없이도 조기에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데다 강력한 표적 기능으로 정상조직 손상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듀켐바이오가 보유한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인증 획득 방사성의약품 제조소는 전국적으로 총 6곳이다. 제조소에서는 원료의 보관과 관리, 의약품의 생산, 공급까지의 전 과정이 철저하게 관리된다. 제조소 내 각 공간은 사용 용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공조 시스템을 통해 부유 입자, 부유균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 방사성의약품을 다루는 만큼 관리 구역의 공기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관리한다. GMP 시설은 3년마다 생산 시설별로 적합 판정을 받는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방사성의약품 제조소에는 안에는 사이클로트론이라는 특별한 기기가 있다. 사이클로트론은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를 표적물질에 조사해 핵반응을 일으켜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동위원소는 제조소 내 의약품과 방사성동위원소를 합성하는 합성장치 안에서 의약품과 결합되어 분배기를 거쳐 각각의 바이알에 나눠 담긴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합성 장치 안에서는 한번에 하나씩 제품 합성이 이루어진다. 제조과정을 마무리한 방사성의약품은 출하 전 반드시 품질 검사를 시행한다. 제조시설 바로 옆에 위치한 검사시설에서 멸균상태, 독성, 방사성 등을 검사한다. 시간이 중요한 만큼 제조부터 검사까지 한 자리에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합성을 마친 최종 샘플은 품질관리(QC) 실험을 하고 샘플이 품목허가서상 요건에 모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면 최종적으로 출하가 된다.

제조의 모든 과정은 재료 입고부터 출고까지 철저한 기록을 통해 남겨진다. 박준호 듀켐바이오 개발기획본부 과장은 “1회 생산에 최대 100장 정도의 기록지가 나온다”며 “매 단계별로 빼먹지 않고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배치마다 생산되는 샘플을 6개월 가량 보관해 만에 하나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고 있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제조기록은 가장 최근 생산 제품은 물론이고 2018년에 생산된 기록까지 모두 있었다.

전국 단위로 제조망을 갖추고 GMP 요건을 갖춰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초기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단 제조망을 구축하고 개발 역량을 길러두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이 바로 방사성의약품 산업이기도 하다. 듀켐바이오는 2007년 강원대학교 방사성의약품 제조소 인수를 시작으로 적국적인 제조망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방사성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제, 전립선암 진단제, 암 진단제, 파킨슨병 진단제 등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치매 환자 급증으로 치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는 초기 단계에서도 정확하고 세밀한 진단을 돕와 치매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준호 듀켐바이오 개발기획본부 과장은 “방사성의약품은 아직까지 진단제로 사용하는 비중이 크다”며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해 치료제로 개발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듀켐바이오도 중장기적으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호 기자

방사성의약품 출하를 위해 합성장치에서 방사성의약품 제조 완료 후 해당 의약품을 분배장치로 이송하여 의약품을 바이알에 분배 중이다.<사진제공=듀켐바이오>
방사성의약품 합성장치에 1회용 합성 카세트를 결합 후 방사성의약품 제조를 준비 중이다.<사진제공=듀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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