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경제 권력은 민주주의 통제 대상"

송광호 2023. 3. 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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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놀랍게 바뀌어버리다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높은 곳에 서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길 기다리는 평탄한 길이 우리 앞에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서 추락했고, 길을 잃어버렸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특히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가 경제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균형추 구실을 포기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다수의 불만이 고조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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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출간…"공공선, 시민자치 복원해야"
백악관 점령한 트럼프 지지자 [게티이미지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놀랍게 바뀌어버리다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높은 곳에 서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길 기다리는 평탄한 길이 우리 앞에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서 추락했고, 길을 잃어버렸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독립전쟁을 통해 고취됐던 공적 정신이 사치와 사리사욕의 걷잡을 수 없는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는 것을 두고 안타까워하던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1786년에 한 말이다.

당시에는 공화주의가 자유주의에 우선했다. 시민의 자치 참여, 공동선의 추구가 관용과 개인의 자유, 특히 경제적 자유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화주의 가치는 점점 퇴색했고, 자유주의는 힘을 얻었다.

특히 최근 40년간 '경제적 자유'가 크게 늘면서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신자유주의는 세계화, 금융화, 능력주의라는 세 개의 엔진을 탑재한 채 고속 운행했다. 상품과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이동했고, 명문대 졸업장을 딴 엘리트들은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 경제적 양극화는 심화했고, 정치적 분열은 깊어졌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EPA=연합뉴스]

최근 번역돼 출간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원제: Democracy's Discontent)는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책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미국 사회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승자와 패자 사이에 난 분열의 골은 수십 년에 걸쳐 깊어졌으며, 정치에 독이 되어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엘리트 지배층이 추진한 신자유주의가 부유층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지만, 노동자 계층에는 "실직과 임금 동결"이라는 고통만 안겨주면서다. 특히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가 경제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균형추 구실을 포기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다수의 불만이 고조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런 불만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로, 영국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라는 결과로 각각 나타났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민주주의에 줄곧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수십 년 동안 쌓인 원한과 분노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책 표지 이미지 [와이즈베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이 같은 '민주주의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치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시민 의식과 자치가 되살아난,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주요 산업을 장악한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이 경쟁을 죽이고, 물가를 올리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컨대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의 통제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 정치를 무력하게 만드는 두 요소, 즉 경제적 강자의 책임 회피와 양극화의 고착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조건에서 상당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하고 직장과 공적인 분야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공동체에 대해 숙고를 제공하는 폭넓은 시민교육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와이즈베리. 이경식 옮김. 4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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