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 김민재가 손흥민처럼 뛴다. 스팔레티가 좋아할 수밖에…
오광춘 기자 2023. 3. 22. 06:47
김민재가 손흥민처럼 뛰어다닙니다. 앞으로 힘차게 내딛는 질주는 공격수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 장면을 중앙수비수가 해냅니다. 경기마다 한 두 번씩 돌파로 흔들어 버립니다. 얼마나 빠른지, 스피드를 살펴봤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내놓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기록을 보면 김민재의 최고 순간 스피드는 시속 34.21km입니다. 손흥민의 기록이 시속 34.5km인데 비슷하게 빠릅니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선수 중 59번째로 빠릅니다. 손흥민은 45위입니다.)
빠르기만 할까요. 많이 뛰기도 합니다.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기준으론 경기당 뛴 거리가 9.94km입니다. 중앙수비수가 10km 가깝게 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중앙수비수는 한 경기에서 보통 9.2km 정도를 뜁니다. 김민재가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고, 또 활동량도 적지 않다는 거겠죠.
이런 선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죠. 나폴리의 스팔레티(64) 감독의 칭찬이 쌓여갑니다. 요즘은 김민재의 '공격'을 주시하죠. 19일 토리노전이 끝나고 그가 한 말은 "내가 살면서 김민재만큼 기술이 좋은 선수는 거의 본 적이 없다"였습니다. "놀라운 축구 선수이고 언제나 매우 공격적이다"는 말을 덧붙였죠.
지난 12일 아탈란타전을 마치고선 "김민재는 한 경기에 적어도 스무번의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세계 최고의 중앙수비수다"고 했습니다. 스피드도 치켜세웠죠.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하면 5초 만에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나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팔레티 감독의 칭찬은 진화합니다. 5개월 전엔 "괴물 같다" "위험하다 싶으면 두 배로 뛴다"고 수비를 높이 평가했는데 최근엔 칭찬의 지점이 달라졌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스팔레티가 구상하는 축구를 그만큼 잘 구현하기 때문이겠죠. 그 중심에 김민재가 있습니다. 한 달 전 사수올로전이 대표적이죠. 킥 오프에 맞춰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와 라흐마니를 제외하곤 나머지 8명의 선수를 하프라인에 한 줄로 세웠습니다. 파격이었죠. 중앙수비 2명을 빼곤 모두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실험이었습니다.
나폴리 전술은 너무 유연해서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정한 포메이션이 없습니다. 4-3-3 전형을 쓰는 것 같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틀을 수시로 허물어버리죠. 선수에게 포지션에 걸맞은 역할을 강제하지도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선수들이 마음대로 대응하도록 '자유'를 줍니다. 축구의 이상향 같죠.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시티에 입힌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 선수들이 위치한 공간에 맞게 플레이의 범위 및 역할을 부여하는 스타일)와 반대의 길입니다. 공간이 중심이 아니라 공, 그리고 그 주위의 선수를 본위로 넣는 축구를 하겠다는 거죠.
수비수는 수비만 해야 한다는 역할론 역시 무너뜨리는 축구, 그래서 시시때때로 공을 몰고 상대 팀 문전을 휘젓는 김민재의 축구도 나폴리에선 존중받고 칭찬받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덕분에 우리가 바라보는 축구 관점도 바뀌어가죠. 득점의 순간만 기다리지 않습니다. 김민재 덕분에 수비수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축구, 골이 아니어도 수비가 주도하는 경기 흐름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더불어 김민재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축구를 할 줄 아는' 선수, '축구를 잘하는' 선수라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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