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 저 생각보다 빠른 발이에요” 홈스틸 주인공 김태연, '야구 센스도 입담도 모두 굿'

SSG 오원석이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순간 3루 주자 한화 김태연이 홈스틸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코치님 저 생각보다 빠른 발이에요"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친 김태연이 정민태 전 코치를 향해 입담을 뽐냈다.

3루 주자 김태연이 홈을 향해 달리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2023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 경기가 열린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이날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태연은 SSG 선발 김광현에 이은 불펜 투수 노경은 오원석에게 3타석 모두 삼진을 당하며 고전했다.

경기 후반까지 3대0으로 끌려가던 한화. 8회 기회가 찾아왔다. 1사 후 대타 문현빈이 안타로 출루. 이도윤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와 유격수 사이 떨어지며 1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김태연은 SSG 오원석의 초구를 노렸다. 결과는 성공. 0의 행진을 깬 적시타를 친 김태연은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광렬 코치는 필요한 순간 한방을 쳐준 김태연이 기특한지 헬멧을 쓰다듬었다. 이어진 1사 1,3루 찬스. 김인환의 적시타가 나오며 3대1 1점 차까지 추격에 성공한 한화. 8회에만 4타자 연속 안타를 몰아치며 SSG 마운드를 압박했다.

8회말 2사 1,3루. 1B 상황에서 SSG 오원석이 1루 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공을 던진 순간. 3루 주자 김태연은 홈을 향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 주자를 확인한 1루수가 홈을 향해 재빨리 송구를 이어갔지만, 김태연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포수의 태그보다 조금 더 빨리 홈 베이스에 닿으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극적인 순간 동점을 그것도 홈스틸로 만들어낸 김태연을 타석에서 지켜본 이명기도 놀란 표정이었다. 평소 빠른 발로 투수들을 흔드는 스타일이 아닌 김태연의 센스가 빛났던 순간이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홈스틸의 주인공 김태연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한화 선수들은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라며 김태연의 깜짝 홈스틸에 다시 한번 놀라는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김태연은 정민태 해설위원 질문에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평소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닌데 어떻게 홈스틸을 할 시도를 했냐는 정민태 해설위원 질문에 "오원석 투수의 견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순간 다리를 높게 들었다가 1루 견제를 하더라, 그래서 순간적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홈을 향해 달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뒤 김태연은 마이크를 놓기 직전 정민태 해설위원(전 한화 코치)을 향해 "코치님 저 생각보다 빠른 발이에요"라며 말하며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