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서의 시간도 끝났다..추락한 ‘前 최고 기대주’ 아펠의 운명은“[슬로우볼]

안형준 2023. 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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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필라델피아에서의 시간도 끝났다. 아펠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3월 21일(한국시간) 몇 건의 선수 이동을 단행했다. 인상적인 봄을 보내지 못한 초청선수들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냈다. 그리고 올 봄 부진한 투수 한 명을 방출했다. 우완투수 마크 아펠이었다.

이날 방출된 아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6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투구하며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12를 기록했다. 나이는 31세. 30대 초청선수가 캠프에서 크게 부진했다. 방출은 사실 이상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수순. 거취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아펠이기 때문이다.

휴스턴 태생의 1991년생 우완 아펠은 그야말로 특급 중의 특급 유망주였다. 2009년 고교 신인으로 참가한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15라운드 지명을 받은 아펠은 입단 대신 스탠포드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고향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아펠을 원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특급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관리를 받고 있던 아펠은 휴스턴이 제시한 600만 달러 계약금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휴스턴은 아펠 대신 1994년생 고교 유격수를 지명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바로 카를로스 코레아였다.

아펠은 201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됐지만 계약하지 않고 스탠포드로 돌아갔고 2013년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국 휴스턴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아펠은 2년 연속 드래프트 참가자 중 전체 1순위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급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보인 모습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아펠은 싱글A에서부터도 전혀 돋보이지 못했고 더블A, 트리플A에서는 부진했다. 2015년까지 그를 지켜본 휴스턴은 결국 아펠에 대한 기대를 거뒀고 2015년 겨울 켄 자일스를 영입하며 아펠을 필라델피아로 보냈다. 필라델피아 산하로 이동한 뒤에도 반전은 없었다. 성적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유망주였는지 알고 있던 아펠은 거듭된 실패에 좌절했다. 그리고 2017시즌이 종료된 뒤 공을 놓고 마운드를 떠났다. 은퇴는 아니었지만 야구와 거리를 두며 시간을 보낸 아펠은 2021시즌 다시 마이너리그로 복귀했다. 복귀 후에도 여전히 부진했지만 아펠은 2022시즌 불펜으로 전향하며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여름 마운드에 결원이 생기자 그를 콜업했다.

아펠은 지난해 6월 30일, 프로 입단 9년만에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무려 30세 349일의 나이.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의 최고령 빅리그 데뷔였다. 아펠은 지난해 불펜으로 6경기에 등판해 10.1이닝을 투구했고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데뷔 후 마이너리그를 오간 아펠은 시즌 막바지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필라델피아는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11월 방출된 아펠은 지난 1월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캠프 초청장도 받았다. 입지는 이미 흔한 마이너리거와 다르지 않았지만 지난해 빅리그에서 짧게나마 보인 활약에 필라델피아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아펠은 캠프에서 부진했고 결국 방출됐다. MLB.com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는 아펠이 새 팀을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빠르게 아펠을 방출했다고 밝혔다.

아펠은 또다시 좌절을 맛봤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전을 치른 후 "마치 희망이 모두 사라진 듯 길을 잃었었고 꿈은 영원히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한다. 정말 특별한 한 해다.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던 아펠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다시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펠은 최근 SNS를 통해 "내 현실을 솔직히 보자면 올해는 또 다른 시즌이라기보다는 마지막에 가깝다. 물론 난 최대한 오래 뛰고 싶지만 이게 현실이다"고 털어놓았다.

아펠은 "드래프트 지명을 받던 2013년에 나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번 야구를 떠났다가 돌아왔고 끝없는 기회를 받던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 이제 매 시즌이 내 마지막인 셈이다. 드라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빅리그에서 겨우 6번 등판한 31세 신인 불펜투수인 나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고 마이너리그 통산 5점대 평균자책점을 쓴 투수다. 어떻게 봐도 내게 유리한 것은 없다. 기회를 얻는다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지만 팀이 기다리기엔 나이도 많고 경험도 부족하다.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수많은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아펠은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성과를 내거나 새 직업을 찾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매일 야구장에 갈 때마다 이를 떠올린다. 내 클럽하우스 생활이 끝나고 더이상 내가 입을 유니폼이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매일 밤 원했던 모습이 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며 "하지만 경력이 짧아도 여전히 뛰고 있고 건강하지 못해도 여전히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절망에 빠져있는 대신 오늘 가진 것에 감사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 번 긴 방황을 겪고 돌아온 만큼 이번에는 그저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휴스턴도 필라델피아도 그를 포기했지만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다. 더이상 어린 유망주는 아니지만 31세는 선수로서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다. 비록 올 봄 부진했지만 아펠은 지난해 시속 97마일의 강속구를 던졌다. 불펜투수로서 반등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필라델피아도 이를 알기에 아펠이 더 빠르게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그를 놓아준 것이다. 다만 아펠도 직시하고 있듯 상황이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새 팀을 찾는다고 해도 다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 콜업을 이뤄내야 한다. 웬만한 수치로는 많은 기회를 받기도 어렵다.

그래도 아펠은 예전보다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고의 기대를 받던 '초특급' 유망주였지만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벼랑 끝 선수가 된 아펠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마크 아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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