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농업이민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관리자 2023. 3.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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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출장길에 현지에서 오랜 생활을 한 분을 만났다.

대부분 농업을 떠나 도시에서 상업 또는 제조업을 개척했고 소수는 전문직으로 중남미 사회의 주류로 성장했다고 한다.

한반도 면적의 수배에서 열배 이상의 면적을 가진 중남미 국가를 보면 해외농업 개발과 농업 이민은 계속돼야 한다.

다시 농업 이민이 이뤄진다면 현지 파트너기관과 최고 농업과학혁신기술을 지원할 준비가 된 만큼 실패를 넘어 경험이 축적되고 성공한 농업 이민이 될 그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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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출장길에 현지에서 오랜 생활을 한 분을 만났다. 그는 우리 교민 숫자가 수천명이라고 한다. 중남미 농업 이민을 진즉 들은 터라 농업에 종사하는 교민도 있는지 물었다. 대부분 농업을 떠나 도시에서 상업 또는 제조업을 개척했고 소수는 전문직으로 중남미 사회의 주류로 성장했다고 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분은 극히 소수라고 했다.

농업 이민의 관점에서는 실패한 경우다. 중남미의 드넓은 땅에서 왜 농업 이민이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문을 해봤다.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이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시 이민 온 분들이 중남미의 현지 사정을 얼마나 알고 왔을까. 처음 도착했을 당시 그들은 호미와 종자를 가져왔다고 한다. 하지만 드넓은 땅은 호미로 농사지을 곳이 아니다. 트랙터와 큰 농장을 경영할 비즈니스 능력이 필요했다.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다고 본다. 그다음은 현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적응이 요구됐을 것이다. 이런 준비 없이 광활한 초원에 내려진 그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반도 면적의 수배에서 열배 이상의 면적을 가진 중남미 국가를 보면 해외농업 개발과 농업 이민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남미에서 커피·장미와 카네이션 그리고 아보카도까지 수입하고 있다. 또 중남미 국가는 미주·유럽과 함께 아시아 농산물시장의 주요 수출기지다. 콩·커피·포도 등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을 가지고 있다.

중남미는 농산업 기회의 땅이다. 보다 철저한 준비가 된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먼저 중남미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와 언어의 습득이 성공하는 이민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제대로 된 정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세계 농산물시장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 시장 개척이다. 그러려면 그간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진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자본의 투자가 필요하다. 현지에서 기업농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종자를 심고, 큰 트랙터와 수확기계를 사고, 저장·가공 시설을 짓고 유능한 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충분한 것이 농업과학혁신기술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10년 넘게 중남미지역에 센터를 구축해 현지 정부의 농업연구기관과 함께 중남미 농업 혁신을 수행하고 있다. 다시 농업 이민이 이뤄진다면 현지 파트너기관과 최고 농업과학혁신기술을 지원할 준비가 된 만큼 실패를 넘어 경험이 축적되고 성공한 농업 이민이 될 그날이 오길 바란다.

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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