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휴식처가 된 초소 ‘인왕3분초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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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왕산은 경계가 삼엄했다.
초병들이 거주공간으로 사용했던 인왕3분초도 상부 구조물은 철거하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재구성해 산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쉼터로 사용하고 있다.
인왕3분초 쉼터(사진)를 방문하기 위해 산자락에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며, 새삼 서울이 산과 강이 함께 만들고 있는 도시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왕3분초 쉼터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조남호)와 에스엔건축사사무소(김상언·김은진)가 함께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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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왕산은 경계가 삼엄했다. 곳곳에 있는 초소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검문하거나 통제했다. 청와대와 나라의 중요 시설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이곳을 통해 1968년 무장공비 31명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30여개의 군 초소가 설치됐다가 지금은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된 20개 경계 초소 중 18개를 철거하고, 2곳은 역사적인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남겨뒀다. 초병들이 거주공간으로 사용했던 인왕3분초도 상부 구조물은 철거하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재구성해 산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쉼터로 사용하고 있다.
인왕3분초 쉼터(사진)를 방문하기 위해 산자락에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며, 새삼 서울이 산과 강이 함께 만들고 있는 도시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연 지형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주변 지형에 따라 도시 영역이 한정되고, 기후가 달라지며, 과거에는 외부 공격도 막았다. 자연의 모습 위에 사람들의 흔적과 시간이 더해져 지금의 도시가 된 것이다.
외부에서는 물이 빠지는 금속 커버인 스틸그레이팅으로 보행로뿐 아니라 건물 지붕을 마감한 점이 독특하다. 설계자는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통과되는 마감재로 지붕을 짓고 그 하부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목재로 마감된 것이 인상적이다. 이곳의 설계자가 목구조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 먼저 지붕을 구성하는 주요한 구조재보다 천장면을 낮추고 간접광을 설치한 부분이 그러하다. 구조체의 선이 훨씬 정갈하고 외부 풍경에 집중할 수 있게 조성됐다. 이런 구성은 천장이 두둥실 떠 있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도록 한다.
또한 벽체가 꼭 필요한 화장실과 입구는 집을 떠올리게 하는 박공 형태로 지어 공간 속의 공간으로 존재하도록 하고, 각각의 공간이 기둥으로 분할되도록 했다. 건축적인 요소인 기둥과 벽체, 그리고 공간이 각각의 존재를 드러내도록 구성한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 더해 자작나무 합판을 조립해 만든 테이블 등 가구도 목구조를 사용한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랫동안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통제되던 공간이 개방되고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차량의 빠른 속도가 아닌 천천히 걸어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며,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따뜻한 목재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사람의 마음을 나누고 온기가 전해지는 장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인왕3분초 쉼터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조남호)와 에스엔건축사사무소(김상언·김은진)가 함께 설계했다.
박정연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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