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도 불펜에서 승부가 갈렸다[SS시선집중]

문상열 입력 2023. 3. 22. 03: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선발과 불펜의 균형이 투수력의 열쇠다.

사실 불펜투수는 풋볼(미식축구)의 키커와 흡사하다.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심리적 부담감은 큰 게 불펜투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1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멕시코 벤지 길 감독이 5회 선발투수 패트릭 산도발을 교체하려 마운드에 올라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제 아무리 공격력이 강해도 마운드가 취약하면 모래성이 되고 만다. 그러나 투수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선발과 불펜의 균형이 투수력의 열쇠다.

물론 마운드에서 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LG 트윈스가 막강 불펜을 갖고도 한국시리즈 도전에 실패한 이유는 선발진이 취약해서다. 선발이 강하고 불펜이 약해도 정상에 오르기 쉽지 않다. 뒷문이 허술하면 역전패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불펜투수는 풋볼(미식축구)의 키커와 흡사하다.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심리적 부담감은 큰 게 불펜투수다. 특히 7회 이후 국내에서는 필승조라고 하는 스페셜리스트, 셋업맨, 클로저 등 스코어를 지켜야 하는 불펜진의 심리적 압박감은 크다.

2023WBC 준결승에서 멕시코는 사상 첫 결승 진출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두고 일본에 역전패를 당했다. 멕시코는 7회 이후 6실점했다. 선발 좌완 패트릭 산도발(LA 에인절스)은 4.1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린 21세 사사키 로키를 압도했다.

멕시코 불펜진은 선발 산도발과 두 번째 등판한 호세 어키디(2.1이닝 2안타 3볼넷 1실점)의 호투를 지키지 못했다. 마무리 지오바니 가에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9회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초구를 2루타로 허용하면서 역전의 제물이 됐다. 이 장면은 오타니의 우수성이 돋보였다. 가에고스는 오타니가 강타자인 점을 염두에 두고 초구 체인지업을 구사했는데 이를 2루타로 연결된 것이다.

8강 미국-베네수엘라전 역시 불펜이 승부를 갈랐다. 미국은 7회 이후 1실점했고, 베네수엘라는 4실점(만루홈런)하고 역전패당했다. 푸에르토리코-멕시코 8강도 불펜이 승패를 좌우했다. 4-0으로 앞섰던 푸에르토리코는 7회 3실점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메이저리거를 보다수 유한 국가들은 15명의 투수 엔트리에 선발은 5,6명이고 나머지는 전문 불펜투수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선발이 10명이고 불펜전문이 5명이었다. 국내 여건상 전문 불펜투수가 적은 게 현실이다. 국제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2020도쿄올림픽과 이번 WBC 호주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 요인은 불펜운용이었다. 특히 이강철 감독은 불펜투수를 이닝으로 끊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얻어 맞은 뒤에 교체해 최근 트렌드와는 완전 동떨어지는 운용을 했다.
9회 말 무사 1,2루에서 멕시코 마무리 지오바니 가에고스에게 끝내기 2루타를 때린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일본대표팀 동료들이 격하게 환영해주고 있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그렇다면 1이닝을 책임지는 불펜투수들이 왜 7회 이후 점수를 지키는게 힘들까. 타자들이 7회 이후 3타석 정도를 경험한 터라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타격을 쉽게 하지 않는다. 실투는 곧바로 장타로 이어지는 게 이 때문이다.

9회 끝내기 2루타를 날린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보면 답이 있다. 무라카미는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 최다 56개 홈런에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슬러거다. 앞의 4타석에서 3삼진으로 부진했다. 볼카운트 1-1에서 151km의 가운데 볼을 놓치지 않고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장타를 터뜨렸다.

불펜투수는 선발보다 볼이 빨라야 하는 이유다. 또한 마무리는 멘탈리티가 강해야 된다. 7,8회 투수는 끝내기 상황이 아니다. 마무리는 역전 주자를 허용하면 끝내기가 될 수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라이언 프레슬리(34)는 전체 불펜 투수 가운데 구위는 특급이 아니다. 그럼에도 휴스턴과 팀USA에서 마무리를 맡는다. 위기 상황의 풍부한 경험에 의한 멘탈리티에서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맞붙는 미국은 선발보다 불펜이 강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