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6] 타인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

김규나 소설가 2023. 3.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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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기자라는 여자가 요즘 매일 오는 것 같던데요.” 모리야의 말에 마지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주 열렬한 신자가 되었나 봐. 다음 호에서는 교조님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는 거야.” 그 말에 모리야가 몸을 흔들며 웃었다. “그 여자, 몸매가 상당히 괜찮던데, 어떠세요?” 그러자 마지마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쳤다. “난 그런 근육질은 별로야. 마음에 들면 자네나 어떻게 해 보든지.” “그래요? 그럼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허상의 어릿광대’ 중에서

요즘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특정 종교 단체들의 허상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신이 안 보이면 나를 봐라. 나는 메시아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정말 신이라 믿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신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은 강간, 납치, 폭력 등 혐의로 10년간 형을 살았고, 출소하자마자 다시 성폭력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는 상태다.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 등 영화로 각색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나오는 교주는 몸과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을 현혹하여 사기 행각을 벌인다.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속임수를 써서 사람들의 믿음과 재산을 빼앗고, 간부들은 신도 부러워할 만한 향락을 누렸다. 진실을 알고 탈퇴하려는 교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오래전엔 버스나 기차에 작은 항아리를 버린 사람이 경찰에 잡혔다는 기사가 종종 나곤 했다. 조상신이 들었다는 신줏단지는 모시는 사람의 정성이 부족하면 해코지한다고 했다.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매일 정성을 들여야 집안이 잘되고 자식이 잘된다니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귀신이 쫓아오지 못하게 먼 데까지 가서 버리고 온 거라 했다.

마음만큼 강한 것도 없지만 마음만큼 약한 것도 없다. 힘들 때는 어딘가 기대고 싶고 한순간에 고통이 사라지길 바라며 신을 찾는다. 그러나 기적을 원하고 마술처럼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성급한 마음이 더 큰 불행을 불러오기도 한다. 타인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노리는 건 언제나 우리의 연약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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