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15] 스위스
스위스 국기에는 붉은 바탕에 흰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그것을 보면 자애로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차갑다. 한국전쟁 때 의료지원반조차 보내지 않았다. 물자 지원은 멕시코보다 적었다. 어떤 전쟁과도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1291년 자치권을 주장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유럽 전체가 종교전쟁을 끝마치던 1648년 신성로마제국에서 겨우 독립했으나 나폴레옹 전쟁 때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침공으로 나라가 찢어졌다. 그러다가 1815년 주변국들의 합의에 따라 영세중립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스위스는 중립국의 지위를 옹골차게 지킨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 진격을 위해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스위스는 도로와 터널을 자폭하겠다고 위협하여 프랑스를 좌절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같은 방법으로 독일군의 프랑스행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위스는 연방국가라서 각 주의 독립성이 굉장히 강하다. 처음에는 화폐도 각 주가 제각기 발행했다. 1907년 53개 발권은행들을 묶어 중앙은행을 만들었지만, 영업 기간을 20년으로 제한했다. 20년마다 영업 연장을 심사하다가 창립 100주년인 2007년이 되어서야 그 관행을 철폐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별나다. 중앙은행 주식이 증권거래소에서 개인 간에 활발하게 거래된다. 이 은행 이사회는 통화정책에 관심이 없다. 발권력을 양보한 26개 주 정부에 이익을 나눠주기 위해 경영을 감시하는 것이 주업무다. 통화정책은 총재가 부총재의 의견을 듣고 혼자 결정한다.
지난주 스위스중앙은행이 대출로 크레디스위스 은행을 살렸다. 1962년 달러화 위기 때는 미 연준에도 돈을 빌려줘서 위기에서 구해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한국은행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 오지랖을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라 한다. 김정은을 교육한 데 대한 영세중립국의 등거리 외교이자, 한국전쟁 때 차가웠던 미안함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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