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놀토’ 대신 ‘놀금’

강필희 기자 2023. 3.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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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은 가능하면 오전에 현지 바이어를 만난다.

두바이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고 이후에도 업무가 원활하지 않아서다.

상대적으로 젊은 직장인들은 '놀토'를 즐기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취미생활을 만들었고 사정이 좋은 회사는 지원금까지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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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은 가능하면 오전에 현지 바이어를 만난다. 두바이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고 이후에도 업무가 원활하지 않아서다. 지난해부터는 모든 정부 부처가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여름휴가를 위해 1년을 열심히 일한다는 프랑스는 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연합(EU)에서도 노동시간이 짧기로 유명하다. 정년을 늘려 연금 개시일을 늦추자는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안에 극렬 저항하는 건 어쩌면 프랑스인에게 당연하다.


20여년 전 우리나라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달아 쉬는 주 5일제가 도입됐을 때 집에서 온전히 보내는 토요일이 낯설어 갑자기 실업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왕년의 무용담’처럼 자랑하던 이들이 주로 그랬다. 상대적으로 젊은 직장인들은 ‘놀토’를 즐기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취미생활을 만들었고 사정이 좋은 회사는 지원금까지 나눠줬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수당이 높은 토요 근무를 자원하거나 주말용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취업자의 희망 근무시간은 주당 36.7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로 치면 주당 4.5일인 셈이다. 20대의 희망시간은 주 35시간으로 30대 이상보다 더 짧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장시간 근로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다. 정부는 당초 초과근로가 주 52시간으로 고정된 것을 주 월 분기 연 등으로 단위를 다양화 하고 주 최대 근로도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게 개편하려 했으나, MZ세대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일은 몰아서 했는데 휴식은 못하면 어쩌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주당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그럼 60시간은 괜찮은 거냐”고 여전히 펄쩍 뛰는 게 이들이다.

MZ세대의 직업관을 보여주는 일화가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젊은 직원이 연차를 내면서 사유란에 ‘생일 파티’라고 쓴 것이다. 인사팀 상사가 타박하자 그 직원은 “이보다 더 정확한 사유가 있나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이젠 2000년생이다’·허두영) M세대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Z세대에게는 일이 삶에 스며들었을 뿐 전부가 아니라는 ‘워라인’(work life integration·일과 삶의 통합)이 대세라고 한다. ‘놀토’에도 익숙하지 않은 세대와 ‘놀금’ 하자는 세대의 간극이 근로시간 개편 갈등의 본질인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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