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5> 아둔한 김득신이 사기 술잔을 좋아하는 이유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입력 2023. 3.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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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위 문장은 백곡(柏谷) 김득신(金得臣·1604~1684)의 수필 '사기 술잔 이야기(沙盃說·사배설)'로, 그의 문집인 '백곡집(柏谷集)'에 들어있다.

이번 문장은 김득신이 술 마실 때 사기 술잔을 선호한 이유에 대한 내용이다.

그가 놋쇠 술잔보다 깨지기 쉬운 사기 술잔을 사랑하는 이유는 술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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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이 묘했는데, 술잔 때문이었으니(酒味之玅, 酒盃之故也·주미지묘, 주배지고야)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벗들을 집에 불러 이 술잔에 술을 부어 함께 마셨다. 술맛이 묘했는데, 술잔 때문이었으니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昨日, 余之生朝也. 集朋友于堂, 以此盃酌而共飮之. 酒味之玅, 酒盃之故也, 何敢不愛.(작일, 여지생조야. 집붕우우당, 이차배작이공음지. 주미지묘, 주배지고야, 하엄불애.)

위 문장은 백곡(柏谷) 김득신(金得臣·1604~1684)의 수필 ‘사기 술잔 이야기(沙盃說·사배설)’로, 그의 문집인 ‘백곡집(柏谷集)’에 들어있다.

알다시피 김득신은 어릴 때 앓은 천연두 후유증으로 몹시 노둔해 공부하는 게 너무 느렸다. 하지만 읽고 또 읽어 39세(1642)에 진사시에 겨우 붙었고, 대과도 59세(1662)에 끄트머리쯤에 합격했다. 그가 읽은 글의 횟수와 목록을 기록한 ‘독수기(讀數記)’를 보면, ‘백이열전(伯夷列傳)’은 무려 1억1만3000번이나 읽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서재 이름을 ‘억만재(億萬齋)’로 지었다. 이 코너에서 김득신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필자는 가끔 그의 글을 읽으며 어리석은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번 문장은 김득신이 술 마실 때 사기 술잔을 선호한 이유에 대한 내용이다. 필자도 사기 술잔을 몇 개 가지고 있다. 퇴직한 필자의 남동생이 최근 목압서사에 와 함께 지낸다. 동생이 반주로 막걸리를 마실 때 이 술잔을 쓴다. 필자도 사기 술잔을 좋아한다. 술잔 바깥에 한자로 ‘壽(수)’·‘福(복)’·‘康(강)’·‘寧(령)’ 글자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술잔에 적힌 이런 글자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동생은 요즘 약간 납작하지만 안쪽 바닥에 ‘福’(복)이 적힌 술잔으로 막걸리를 마신다.

김득신의 위 문장은 전체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 앞은 자신을 거쳐 간 사기 술잔에 대한 내용이다. 아끼던 사기 술잔을 큰아들이 깨뜨렸고, 다시 구한 사기 술잔은 여종이 깨뜨렸다. 세 번째 술잔은 다른 여종에게서 얻은 것이다. 그가 놋쇠 술잔보다 깨지기 쉬운 사기 술잔을 사랑하는 이유는 술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 술잔은 아직 깨지지 않았지만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하는 그의 느린 마음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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