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소울메이트’의 두 여배우

이원 기자 2023. 3. 22.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정도 사랑 아닐까… 김다미·전소니의 눈부신 청춘드라마

- 두 단짝의 학창시절 성장기 그려
- 민용근 감독이 中작품 리메이크
- 김 “극중 캐릭터 실제 나와 닮아”
- 전 “주도적 인생 사는 배역 끌려”
- 작품 찍으며 진짜 친구로 발전도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며 진정한 우정을 나눈 친구, 서로의 가치관과 성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친구나 연인을 ‘소울메이트’라고 한다. 하지만 소울메이트 사이에는 나이테가 생기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껴들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거나 느껴봤을 그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소울메이트’(개봉 지난 15일)다.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미소를 연기한 김다미. 오른쪽은 영화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하은을 연기한 전소니. UAA·NEW 제공


2011년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 ‘혜화, 동’으로 독립영화계를 사로잡은 민용근 감독이 무려 12년 만에 내놓은 ‘소울메이트’는 어린 시절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미소와 하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영화다. 그리고 외모나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닮은 점도 많은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가 두 친구로 출연했다.

김다미는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미소, 전소니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하은을 맡았다. 2017년 개봉한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한국적 색깔을 입히고 원작에 없는 ‘그림’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더욱 풍성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김다미와 전소니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야기가 잘 통했다” “김다미 배우를 처음 봤을 때 ‘저 사람이 나의 미소’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영화 같은 첫 만남을 이야기했다. 이런 만남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미소와 하은을 연기한 두 배우를 만나 ‘소울메이트’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된 김다미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울메이트’. NEW 제공


최근 MZ 세대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배우가 김다미다. 그녀는 2018년 ‘마녀’로 강렬하게 데뷔한 이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그 해 우리는’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걸크러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런 김다미는 그간 보여준 매력에 더해 한층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로 ‘소울메이트’의 미소를 완성했다. 김다미는 “시나리오 보고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너무 슬퍼서. 원작 영화를 좋아했는데 한국적인 정서가 좀 더 담겨 있어 더 많이 와닿았고, 미소 캐릭터도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시나리오를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특히 학창 시절의 미소는 실제 김다미와 닮은 구석이 많아 보여 맞춤 캐스팅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녀는 “꼭 같지는 않겠지만 제가 연기했기에 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며 “시나리오에 나오는 미소의 행동이나 선택이 다 이해됐다”고 미소 캐릭터에 애착을 보였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미소와 하은이지만, 하은에게 남자친구 진우가 생기면서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진우를 두고 미소와 하은에게 오해가 생기고 결국 미소는 하은이 있는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온다. 김다미는 “동굴 사건 이후 미소는 하은이에 대한 생각이 너무 커서, 하은이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제주도를 떠난다. 거기에는 되게 복잡한 미묘한 감정이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우정과 사랑, 그리고 오해와 이별 등 청춘 시절에 겪어봤을 법한 통과의례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창 시절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미소는 성인이 된 뒤 점점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바뀐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으로 대변되는 도전보다는 안정되고 평범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김다미는 “미소가 어린 시절에 겪은 가정에 대한 결핍이 있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며 “결국 ‘소울메이트’는 미소와 하은이의 성장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동굴 앞에서 미소가 돌아보는 얼굴을 연필로 그린 커다란 그림이, 성인이 된 미소와 하은을 다시 엮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갤러리에 걸린 대형 얼굴 그림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청춘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김다미는 “제가 그 그림을 거의 마지막 촬영쯤에 봤다. 전시 공간에 걸린 그 그림을 볼 때 사실 좀 슬펐다. 미소로서 어린 시절 순수했던 자기 모습을 보는 마음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자신만의 하은 만들어낸 전소니

최근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가 전소니다. 그녀는 영화 ‘죄 많은 소녀’ ‘밤의 문이 열린다’ ‘악질경찰’ 등에서 다채로운 역을 개성 있는 연기로 소화하며 서서히 빛나고 있다. 그녀는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울메이트’의 하은을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개성 있는 인물로 만들었다. 전소니는 “‘소울메이트’를 민용근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말을 기사로 먼저 알았다. 민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게 됐고 그때 ‘악질경찰’을 보고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 그 후 9, 10개월 정도 지나 연락이 왔다”고 ‘소울메이트’와 인연을 맺은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하은이가 자기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면이 마음에 들었다. 저는 그런 걸 성장으로 봤고 하은이로 살아보고 싶었다”고 하은 역에 빠지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정물화처럼 고요한 하은은 학창 시절 늘 같은 자리에서 미소의 안식처가 돼 주지만 미소가 제주도를 떠난 이후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도전적인 인물로 변한다. 나이 들면서 미소와 성격이 뒤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소니는 “저도 어릴 때는 무모한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더 들고 어느 정도 경험치가 생기면서 그러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배우가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제가 맞게 가고 있는지 고민도 많았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것은 나름의 용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힘든 시간을 통해 배우로서 단단해진 자신을 칭찬했다.

영화 중반 동굴 사건 이후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미소와 하은 사이에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 그 균열은 오해에서 생겼지만 서로에게 상처 주기 싫어 솔직하게 속내를 말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가 된다. 전소니는 “하은이와 미소 사이에 뭔가 터놓고 말할 수는 없는 어떤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둘은 어떤 비밀도 없이 솔직하게 다 얘기할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 우리 관계가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 탓에 거리감이 생기고, 그게 자꾸만 벌어진다”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성인이 된 미소와 하은은 다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이나 사랑처럼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을 주고받는다. 전소니는 “저희도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때 든 생각이 하은에게 미소와 같은 관계는 다른 누구와도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고 미소에게 느끼는 감정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소에게 하은도 마찬가지고”라며 ‘소울메이트’를 관통하는 어떤 감정을 많은 관객이 느껴보길 바랐다.


‘소울메이트’ 촬영을 하면서 김다미와 쌓은 우정도 자랑했다. 전소니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진짜 미소와 하은이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나 그냥 모든 것을 얘기했다”며 ‘인생 친구’ 김다미를 자랑스러워했다. 김다미 또한 “언니와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와 확신이 생겼다. 한밤중에도 문자나 전화로 연기 이야기를 나눴다”며 “섬세하고 항상 준비하는 전소니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화답했다.

‘소울메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아련함과 그리움, 그리고 든든함과 설렘을 선사한 김다미와 전소니. 두 배우는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시절, 그 친구를 추억하는 마법의 시간을 선사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