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코노미 단상

허행윤 기자 입력 2023. 3.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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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였다. 러시아산 대게가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반값 대게가 국내 수산시장을 휩쓸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던 시점이었다. 상당수 소비자가 대게 파티를 즐겼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져서다. 러시아 대게를 먹으면 그 돈이 우크라이나 전쟁자금으로 들어간다는 논리였다. 미코노미(Meconomy)의 발현이었다.

미코노미는 내가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등장 시기는 2010년이다. 나를 뜻하는 ‘Me’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였다. 초창기에는 소득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값비싼 명품이나 수입차를 사들이는 게 전형인 것처럼 인식됐다.

이런 콘셉트가 펑펑 쓰기보다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에 지갑을 연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대게 불매 사태가 대표적이다. ‘의미 없는 소비는 아무리 값이 싸도 하지 않는다’는 움직임이었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모바일 등 뉴미디어 플랫폼 등 네트워크 환경으로 확산됐다. 개인이 정보의 제작, 가공 및 유통 등을 전담하는 프로슈머(Prosumer) 개념도 이때 나왔다. 그래서 미코노미의 시점은 거시경제가 아닌 미시경제를 지향한다.

최근 미코노미의 영향을 받은 소비 패턴이 속속 나오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과일 소비 증가가 그렇다. 설향 딸기와 눈꽃 딸기의 매출이 각각 25%, 9% 늘었다. 레드키위(213%), 애플수박(39%), 애플망고(12%) 등도 증가하고 있다.

돈의 흐름이 경제의 기본 줄기다. 미코노미를 계기로 개인 소비가 확산된다면 경제도 회복되지 않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때로는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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