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봄이 오는 길목-진천 농다리

경기일보 2023. 3.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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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살던 시골길은 긴 냇가를 끼고 있었다. 얼음이 얼면 우리는 겨울 내내 송판에 철사 줄을 매단 스케이트를 만들어 얼음판을 지쳤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오면 책보자기를 어깨에 가로질러 매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혼자 노래를 불렀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를 부르며 나는 생각했다. 어머니 생각. 외삼촌 생각. 동심 속에도 옛날이 있고 추억을 그리워했다니. 헤르만 헤세 유년의 이야기처럼.

봄이 흐른다. 봄은 물소리 같다. 진천 세금 천의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라고 한다. 고려 초엽에 축조한 것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매우 견고하게 놓여 있는데 여러 가지 설화까지 있어 역사성과 농다리라는 미학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하고 있다. 또한 돌의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한 건 쌓기식 축조 방식은 이 다리가 하나의 건축물이라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재래식 다리의 종류는 섶다리, 외나무다리, 돌다리, 줄다리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징검다리라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산골 아이로 자라온 나로서는 징검다리를 참 많이도 건넜다. ‘조오심 조오오심 징검다리 건너던~’ 하고, 긴 머리 소녀라는 노래를 부르던 시절도 건너왔다. 개울마다 얼었던 물이 녹아 눈부신 윤슬을 이루고 있다. 봄은 스프링, 탄력 있게 한 해를 뛰어오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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