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한일정상회담 충돌…"대통령 탄핵사유" "DJ정신 실천"(종합)
與 "누군가는 처리해야 할 폭탄…한일 새미래", 박진 "정책판단 탄핵 사유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박형빈 기자 = 여야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회의 시작 직후부터 이번 정상회담을 "친일적 결단", "외교 대참사"로 규정하며 맹폭했고,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사고를 쳐 왔는데 이번엔 해도 해도 너무했다"며 "윤 대통령의 방일은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국격을 무너뜨린 친일적 결단이자 외교 대참사"라고 주장했다.
김상희 의원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 "대통령께서 피해자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고 대법원판결을 뒤엎는 해법을 가지고 일본에 갔다"며 "무슨 배짱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가"라고 따졌다.
김경협 의원은 이날 회의장에서 역술인 '천공'이 '일본에 고마운,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영상을 틀고, "친일 대일외교 기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천공의 지침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이는 최순실에서 천공으로 바통 터치된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주장은 을사5적들이 똑같이 주장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장관의 행위는 헌법이 정한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정부의 정책 판단은 탄핵 사유가 아니다"라며 "심각한 인신공격이고 명예훼손"이라고 맞받아쳤다.
야당 의원들은 한일 정상 간에 독도, 위안부 문제가 거론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은 "정상 간에 독도와 위안부 등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기시다 총리의 (일방적인) 언급은 있었나"라고 묻자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 관련 논란을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국정조사 또는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비판에 반박하며 정부를 두둔하는 동시에 문제의 책임을 전임 정부로 돌렸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야당이) 비판할 수는 있지만 '굴욕외교'의 실체가 무엇이고, '제2의 이완용'은 무엇인가"라며 "이 자체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내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일 간의 오래된 문제를 정리하고, 안보와 경제를 두 축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보겠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한일관계의 새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후속 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의원은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속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이 이 문제는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달라붙었을 때도 굴욕스럽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며 "현 정부가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도 "한일관계를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이 폭탄을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을 두둔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 장관에게 "(민주당의 비판이)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 또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며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장관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선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한일관계에서 '김대중(DJ) 정신'은 가해자-피해자 틀 안에 갇히지 않고, 피해자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 가해자의 사과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김대중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외통위 회의는 여야 간 강한 충돌로 회의 도중 두차례 정회됐다.
지난 13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개의한 직전 전체회의를 공식 회의로 인정할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개의 20분 만인 오후 3시께 한차례 정회됐고, 오후 8시 40분에는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준비한 역술가 '천공' 영상 송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서로 고성을 주고받은 끝에 정회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석동현 사무처장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도 있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최근 발언이나 행위를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출마 계획을 물었고, 김경협 의원도 과거 SNS 발언을 문제삼으며 "정치할 생각있나? 총선 출마 생각이 있냐"고 질문했다.
석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현재 맡고 있는 공직에 충실할 것이고,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자리 위에 놓인 노트북 겉면에 태극기 종이를 붙여둔 것도 눈에 띄었다.
다만, 여야 간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태극기 아래 별도의 정치적 문구는 적지 않았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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