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 떠난 지 100일…“남은 천일, 만일은 어떻게 살까”
“엄마, 이거 패딩 되게 따뜻하다. 재현이는 지금 노래방 가는 중~”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보낸 영상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영상 뒤로는 이군이 어렸을 적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 스쳐 갔다. 이태원 골목에서 숨진 이군의 친구가 직접 찍어준 사진도 있었다. 21일 오후 7시 서울광장 분향소.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지난 1월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군의 100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만든 이 추모 영상에는 이군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기는 짧은 편지도 담겼다. “개나리 피는 따뜻한 봄 햇살처럼 엄마에게 와준 재현아. 이제 그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다시 오려나봐. 우리 재현이를 이번 봄엔 만날 순 없겠지만 엄마는 온 마음으로 재현이를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보려고 해. 엄마 씩씩한 사람인 거 알지.”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 앞에 선 이군의 부모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군은 그의 어머니에게 ‘조금 아기 같지만 평범했던’ 아들이었다. “우리 재현이는 또래보다 아기같은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너는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이렇게 농담으로 말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별다른 아이는 아니었어요. 누군가는 이태원 희생자들을 ‘특이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데, 재현이는 그냥 길 가다 웃고 장난치고 노는 고등학생 남자아이였습니다.”
이어 이군의 어머니는 “과거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게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리고 기억을 해야 한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강요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야) 미래에 모두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군의 아버지도 아들 없이 보내야 하는 세월을 헤아리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재현이가 떠난 지) 벌써 100일 됐구나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또 이제 100일밖에 안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재현이 없는 시간은 1000일, 10000일 이어질 텐데…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150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이런 자리에 나와서 계속 정부에 여러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예전 같을 수는 없더라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희생자 진세은의 사촌언니”라고 밝히며 이날 추모제에 함께 한 싱어송라이터 예람은 ‘나는 반대로 가네’ ‘꿈의 택시를 타’ 노래로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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