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배트 전환? 이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때 [전상일의 온더스팟]
- 학교 몰려있는 서울, 수도권은 인프라 안좋아 이런 문제 두드러져
- 대학은 더 심각... 1주일에 1번 단체 훈련하기도 벅차
- 대학야구는 사실상 고사된 상태
- 대학 진학 시스템도 문제 .... 기량 출중해도 1~2학년때 경기뛸 기회 거의 없어
- 학습권 위해 주말리그 선수들의 휴식권 박탈... 피로 가중
- 공부하라면서 선수들 위한 수업 커리큘럼은 전무
- 작년까지 인정출석일수 문제로 초, 중 경기력 문제도 제기
[파이낸셜뉴스] WBC 참패 이후 문제점 분석에 분주하다. 한국야구는 매번 참사 때만 아마야구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언제나 그때 뿐이다.
물론, 아마야구는 고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스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지도자들도, 선수들도 바꿔야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프로 구단의 스카우트 및 육성에 관한 문제는 지면의 압박으로 차후에 다루도록 한다)
최근 알루미늄 배트 전환 논란이 거세다.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나무배트로 돌아서면서 아마야구에는 사이드암 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공이 느려도 충분히 타자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격만 좋으면 전부 투수를 하려고 한다. 당연히 좋은 야수가 부족해졌다. 학부모들도 한 자루에 비싸게는 20만원씩 하는 배트를 구매하는데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문제다. 사용하는 도구가 근본적인 문제일 수는 없다. 알루미늄 배트와 나무배트 논쟁 하나로 모든 문제가 귀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배트보다 더 큰 것은 선수들의 훈련 부족이다. 과거 올림픽 금메달 세대와 현 세대를 비교할때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특히, 투수들이 그렇다.
전임 정부에서 시행해온 여러 교육 정책들이 선수들의 기량 저하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교육 정책의 옳고 그름 논쟁을 떠나 기량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진다면 이것이 가장 '직접적'이다. 결국, 엘리트 선수들의 기량은 훈련 시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업을 모두 받지 않으면 연습을 할 수 없다는 교육지침이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운집한 서울·경기도는 라이트 시설과 잔디 시설을 보유한 학교가 극소수다. 휘문고나 충암고와 같이 중학교와 함께 사용 해야하는 경우나 일반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 그 시설마저 온전히 다 쓸 수 없다. 따라서 남양주나 일산 등 외부 운동장을 빌려야하고 버스로 이동을 해야한다. 서울이 오히려 더 열악하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오면 이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시간마저도 어두워지기 전에 당장 경기를 위한 팀 훈련에 할애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서울, 경기 지역은 11월부터는 아예 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사설 트레이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즘 선수들에게 아카데미와 유튜브가 가장 큰 스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장 이유다.
대학은 이것보다 더 심각하다. ‘동아리화 되어간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선수들이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경기 중 수업을 위해서 택시를 타고 수업을 받으러 가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프로 진입에 근접했던 기량의 고교 선수들이 대학에 가면 기량이 오히려 떨어지는 이유다. 얼리드래프트도 김유성(두산베어스) 같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유명무실한 이유다.
모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신인 드래프트 이후 "얼리 드래프트 선수들이 우리는 아예 대상에도 없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대졸 의무 지명이 없다면 한 명도 지명 받지 못할 정도로 대학 선수들의 기량이 심각하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대학야구는 이미 고사된 상태다.
여기에 요즘 선수들은 과거보다 체격은 훨씬 좋아졌지만, 제구력이나 지구력은 많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시간상의 이유로 하루에 20개 정도의 불펜피칭과 투수 수비훈련(PFP) 등으로 훈련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1~2이닝을 던지는 데 익숙해져 있다. 투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프로에 입단해 스프링캠프를 따라가면 다치는 것도 그만큼의 운동량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막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 대학 진학 시스템이다.
현행 대학진학 시스템은 투수는 이닝·방어율, 타자는 타율만 보고 선수를 평가한다. 3학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좋은 1~2학년은 기량과 무관하게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3학년 진학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주말리그는 기록을 위한 경기일뿐 승부와는 무관하다. 주말리그 경기력이 너무 떨어지는 이유다.
투수들은 말 그대로 3학년때 대략 40이닝 정도 던지고 지명을 받거나 대학에 가는 구조다. 3학년 때 아예 나오지 않고 지명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힘이 없는 고교 선수들 대부분은 나무 배트로 장타를 치기 힘드니 당연히 맞히는 스윙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타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다보니 프로와의 격차는 계속 커진다. 일본 킬러로 불렸던 구대성이나 김광현 같은 투수들은 프로에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적응했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가 지금만큼 크지 않았고, 그 와중에 한 명씩 괴물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단판승부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1번 지명 투수라 할지라도 시간이 걸린다. 기본기가 약하기 때문에 프로에 들어와서 기본기를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2~3년 정도를 기본적으로 보고 선수를 지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차피 긴이닝을 던지지 않으니 선수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위해 구속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성장속도가 과거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들이 과거와 같이 아예 수업을 하지 않고 기량발전에만 매진하는 것은 절대 좋은 방향은 아니다. 야구 이외에도 길을 열어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고교생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야구 하는 선수들이다. 직업 선수들이라는 의미다. 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체력장'을 일정 수준이상 기록하지 않으면 시험 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 부당함이다.
정말 공부를 시키고자 한다면 체육 특성화 선수들의 수업 커리큘럼 고민도 해야한다. 야구를 위한 영어교육, 스포츠 생리학 같은 전문화된 커리큘럼을 보유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다 보니 수업 대부분은 선수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박건우(신일고-서울대)와 같이 공부에 재주가 있어 서울대에 합격하는 사례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의 사례일 뿐이다. 극소수의 사례를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
주중 경기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주말 경기만 하다보니 선수들은 평일에는 수업을 모두 마치고 야간에는 운동 하고, 주말에는 시합을 나가는 강행군을 치러야한다. 피로골절이 올 수밖에 없다. 근골이 모두 자라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기에 쉴 때는 잘 쉬어야 한다. 그런데 잘 쉬기는커녕 현행 제도는 학습권이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의 휴식권을 박탈한다. 3월부터 9월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야구를 해야하는 엄청난 강행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단순히 투구수 제한만으로 아마 선수들의 보호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작년까지는 인정 출석일수(경기를 위해 공식적으로 결석해도 되는 일수)도 문제였다. 작년까지는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은 아예 외부 경기를 아예 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올해는 그나마 출석일수가 크게 완화되었다) 탁구의 신유빈같은 사례가 나온 이유다. 어떤 종목이든 경기를 통해서 기량이 발전한다. 코로나와 출석일수 제한으로 초등학교·중학교때 경기를 거의 하지 못하고 올라온 선수들이 현재 고교생들이다.
이렇듯 아마야구는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얽혀있다. 결코, 배트만 바꾼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고민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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