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 올 하반기부터 매월 3개월씩 정년 연장…저임금 노동자 가장 타격

선명수 기자 2023. 3. 2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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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Q & A
정부 ‘재정 악화’ 이유 들어
노조 “정부 위험 부풀렸다”
청년·교사·공무원도 반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정치적 내상에도 밀어붙인 연금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과 거센 반발의 이유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연금개혁의 주요 내용은.

“핵심은 ‘정년 연장’이다. 현행 62세인 퇴직 연령은 올해 9월부터 매월 3개월씩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27년에는 63세3개월, 2030년에는 64세로 높아진다.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노동해야 하는 기간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하고, 시행 시점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즉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받으라’는 것이 골자다.”

대신 연금 최저 수령액은 월 1015유로(약 142만원)에서 월 1200유로(약 168만원)로 더 높아진다. 프랑스 정부는 최저 연금 상한액을 최저임금의 85%로 종전보다 1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고령층 노동자를 기업에서 얼마나 고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시니어 지수’도 공개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이 고령층 실업률만 높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 가운데 기업의 고령 노동자 일자리 창출 노력을 수치화해 각종 혜택에 차별을 두겠다는 취지다.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 퇴직할 수 있고, 워킹맘에게 연금의 최대 5%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 강한 반대 여론에도 정부가 강행하는 이유는.

“가장 큰 명분은 재정 악화다. 프랑스는 유럽 주요국 가운데 연금 수령 연령이 가장 낮아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현행대로라면 올해부터 연금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며, 2030년에는 135억유로(약 19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세금을 투입하거나 수령액을 깎아야 하는데, 그보다는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까지 프랑스 연금은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은 흑자 상태였고, 연금 재정이 아직 심각한 위기를 맞지도 않았는데도 정부가 위험을 부풀리고 있다고 노조는 반발한다. 이들은 대다수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정년 연장 대신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거나 부유층의 연금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 반대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누구인가.

“온건·중도파를 포함해 대다수의 노동조합이 시위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운수·에너지·항만·청소 노동자, 교사, 공무원 등 직종도 다양하다. 노조들은 이번 개혁안이 노동시장에 조기 진입한 저임금 육체 노동자에게 가장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고 파업과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프랑스에서 연금 문제가 민감한 이유는.

“연금개혁은 통상 ‘세대 간 갈등’으로 다뤄지지만, 프랑스에서 연금제도는 노동인구가 퇴직인구를 의무적으로 부양하고 은퇴 후엔 이런 수혜를 받는 일종의 ‘세대 간 연대’이자, 직업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품위 있는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주춧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세대도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연금과 은퇴 이후의 삶이 프랑스인의 ‘국가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은퇴에 대한 애착은 역사와 정체성, 어렵게 얻은 사회·노동 권리에 대한 자부심과 얽힌 문제다.

- 노동자들이 ‘빠른 은퇴’를 원할 만큼 연금제도가 마련돼 있나.

“프랑스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74%로, 독일(48%)이나 영국(28%)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나 유럽연합(EU) 평균 64%보다도 높은 수치다. 프랑스는 퇴직자의 4.4%만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인 프랑스인은 인생의 4분의 1 이상인 22~26년을 은퇴 생활로 보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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