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그림으로 말해요" 슬기로운 의사소통

이희령 기자 입력 2023. 3. 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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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1일) 밀착카메라는 상점이나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간단한 그림으로 대화를 나누는 건데요, 이희령 기자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게는 자연스러운 이런 대화가, 용기를 내야 하는 큰 도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이나 글로 하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인데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런 보조 도구입니다.

AAC라고 불리는 책자에는 간단한 그림과 필요한 표현이 실려 있어 하고 싶은 말을 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영난/카페 운영 : 카라멜 마키아토를 주문하셨는데 생전 처음 먹어본다고. 예전엔 주문을 못해서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이젠 주문서가 있으니까.]

이런 책자를 쓸 수 있는 가게나 공공기관엔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책자를 비치한 시설이 모여있는 지역을 'AAC 마을'이라고 표현하는데 서울에 11곳뿐입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우미현 씨가 음료를 주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한 잔이요.]

손으로 그림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원하는 걸 표현합니다.

화장실 위치도 물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2층에, 여기 올라가시면 돼요.]

[방민정/도넛 가게 운영 : (그림 책자 생기기 전엔) 핸드폰이나 메모지를 통해서 했는데 의사소통이 편해졌어요.]

지적장애인 김성애 씨는 빵집에 갔습니다.

'계산해주세요' '얼마예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봉투와 영수증까지 꼼꼼히 챙깁니다.

[네, 비닐(봉투)로. 100원 추가되세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금 결제세요? 카드 결제세요?]

결제 방법을 표현하는 그림이 없어 결국 손가락으로 '카드'란 글자를 몇 번 적고서야 해결됐습니다.

[나혜빈/빵집 직원 : 장애인분들이 좀 더 오래 걸리시니까 (손님들이)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장애인분들도 계산하실 때 괜찮지 않을까.]

상점뿐 아니라 파출소에서도 이 책자를 쓸 수 있습니다.

범죄 피해를 당했을때, 이 책자가 있는 지구대, 혹은 파출소를 찾아가면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할 수 있게 되어있고요.

약국에서는 본인의 증상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도전 장소는 주민센터입니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자연스럽게 책자를 펼쳐들고 자신 있게 요청합니다.

[장애인 증명서 1부 발급해 드릴까요.]

글을 입력하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앱도 쓸 수 있습니다.

[수급자 증명서 1부 발급해주세요.]

[이지은/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 모든 사람이 자기가 직접 듣고, 자기가 직접 생각하고,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우미현 씨와 김성애 씨의 세계는 이날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우미현/언어장애인 : 뿌듯했어요. 오늘 직원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줘서 고맙습니다.]

"ㄱㅗㅁㅏㅇㅜㅓ(고마워)". 이 세 음절을 표현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

이 책자가 입이 되어주는 사람들을 혹시 만나신다면, 기다려주시고 눈을 맞춰주세요.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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