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실가스 감축 급한데 산업계 부담 줄여준 ‘탄소중립 계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내놓은 2050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이다. 이번 정부안은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설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지하면서 산업계의 감축 부담만 줄인 게 핵심이다.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낮추고, 원자력발전 확대 등으로 축소분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아 감축 책임이 큰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축소한 것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처사다.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를 차지한다. 전력 사용량까지 포함하면 54%에 달한다. 그런데도 배출 각 부문 중 가장 낮은 14.5%의 감축률이 설정됐는데, 이번에 그마저도 하향 조정된 것이다. 그동안 산업계는 감축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부담 완화를 요구해왔다. 이번 정부안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이지 못한 채 산업계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데 그쳤다. 향후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추가 감축 방안도 미흡하다.
이번 정부안은 처음으로 연도별 감축목표를 제시했는데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을 떠안긴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많다. 정부안은 2023~2027년 사이 약 5000만t, 2028~2029년 약 5000만t에 이어 2030년 1년 만에 약 1억t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는 연평균 2% 정도씩 감축하다 다음 정부 시기에 급격히 감축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총감축량의 75%를 현 정부 임기 이후로 미뤘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무책임한 계획이다. 지난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으로, 정부는 향후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첫 계획안이 2042년 계획을 담지 못하고 2030년 세부목표 조정에 그친 점도 정부의 무성의를 드러낸다.
산업계 요구에만 치중한 이번 안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엔 미흡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전날 공개한 6차 종합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한 마당에 느슨하고 무성의한 정부안으로는 생존위기를 넘길 수 없음이 자명하다. 정부는 더욱 강력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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