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기 끝났나…결론은 연준에 달렸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입력 2023. 3. 21. 20:33 수정 2023. 5. 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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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크레디트 스위스 / /로이터=뉴스1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폐쇄 조치와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권의 신속한 결단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은행위기는 폐쇄된 미국 SVB와 시그너처 은행의 예금을 연준(연방준비제도)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전액 보증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SVB처럼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예금 비중이 높아 집중적인 뱅크런 대상이 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미국 11개 은행들이 300억달러의 예금을 예치한 데 이어 자본금 확충도 주선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퍼스트 리퍼블릭에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11개 은행들이 예치한 예금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스위스 2위 은행인 CS의 파산 위기는 스위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스위스 1위 은행인 UBS가 CS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결과 20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47% 폭락세를 지속했지만 미국의 다른 지방은행들은 주가가 급등하면서 은행위기가 퍼스트 리퍼블릭에서 더 확신되지 않고 해소될 기미를 보였다.

뱅크런 진정
이번 은행위기는 예금 인출 사태로 촉발됐다. SVB가 예금이 줄어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하자 뱅크런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폐쇄됐고 이는 다른 중소은행들의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뱅크런은 수년간 불법 자금 세탁과 실패한 투자로 신뢰는 추락하고 손실은 확대된 CS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지난주 급격한 예금 인출을 겪은 미국 웨스턴 알리안스와 찰스 슈왑은 최근 며칠간 예금 입출금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미국 금융당국도 중소은행들의 예금 출금이 줄었고 일부는 입금이 출금보다 늘어나며 자금 흐름이 역전됐다고 밝혔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호되게 치른 전세계 금융당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은행위기가 더 번져나가는 것은 막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 요인① 채권 평가손 급증
하지만 금융권 출신인 경제 저술가 사티야짓 다스는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은행 시스템의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은행위기의 시발점이었던 SVB의 파산 위기는 단기 예금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할 경우 금리 위험과 유동성 경색에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향 안정되지 않아 금리 인상이 계속되거나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된다면 SVB처럼 무너지는 은행이 또 생길 수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으로 미국 은행들의 평가 손실이 60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취약점이다. 이 손실은 채권을 만기 때까지 보유하면 실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SVB처럼 예금이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단기 유동성이 부족해 채권을 팔게 되면 거대한 손실이 현실화한다.

채권 외에 금리에 민감한 다른 자산까지 포함하면 미국 은행들의 평가 손실이 2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했다고 하지만 저금리 환경에서 고금리 환경으로 급변하면서 은행 시스템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위험 요인② 대출 손실 증가 우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빌려준 돈을 돌려 받지 못해 대출 손실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JP모간의 최고 시장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장기 국채수익률이 단기 국채수익률을 밑도는 수익률 역전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장기 국채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콜라노빅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과 규제당국 양쪽으로부터 받는 압력 때문에 신용 조건은 더욱 급격히 경색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은행의 취약성이 드러나 신뢰가 훼손된 만큼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금융당국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감독을 강화하면서 신용 위축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취약한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려 기존 대출을 못 갚게 되고 이는 은행의 손실로 이어진다.

기승전-연준, 금리에 달렸다
이 때문에 콜라노빅은 '민스키 모멘트'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스키 모멘트란 과도한 부채 확대에 의지하던 경기 호황이 끝난 뒤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돼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팔다가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말한다.

모간스탠리의 시장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도 이날 은행위기로 신용이 경색돼 경제 성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연준으로 돌아온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끝나야 은행들의 채권 보유로 인한 평가 손실이 축소되고 경기 침체와 신용 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도산 위기와 이에 따른 은행들의 대출 손실 우려가 가라앉기 때문이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은행들의 연쇄 폐쇄 조치와 CS의 뱅크런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거나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금리 동결론자들이 주장하듯 금융위기가 인플레이션보다 더 임박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를 동결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빨리 하락하지 않는다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조여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FOMC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연준이 금융 안정과 인플레이션 안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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