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중환자실에서 실현해 나가는 '전인간호'의 꿈

김만수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제1중환자실 간호사 2023. 3.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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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원내 방송이다.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를 직접 돌보고, 나의 간호로 조금씩 회복돼가는 환자를 보는 일,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와 함께 웃고 기쁨을 나누는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늦깎이 중환자실 신규간호사의 애절한 마음을 아셨는지 다행히 환자는 다시 회복됐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지 6년째, 이제는 환자의 마음도 살피는 간호사가 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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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제1중환자실 간호사

"코드블루 코드블루 OO병동 OO내과"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원내 방송이다. 하지만 필자는 부서 특성상 심정지 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코드블루 안내방송이 얼마나 긴급한 상황인지 깊게 체감하지 못하며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간호사 생활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10년 차가 되던 2017년 내과계 중환자실로 발령이 난 것이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비뇨의학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임상에서 가까이 직접 간호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그 마음은 용기로 이어져 중환자실로의 근무 이동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주변의 동료 간호사들은 왜 갑자기 쉽지 않은 결정을 했는지 의아해했다. 필자는 환자와 함께하는 임상간호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를 직접 돌보고, 나의 간호로 조금씩 회복돼가는 환자를 보는 일,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와 함께 웃고 기쁨을 나누는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로망은 잠시, 중환자실에서의 근무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상근 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되면서 생활 리듬이 바뀌어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전문지식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기, 환자감시장치 등 의료 장비와 관련된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가 많았다. 숙련된 간호를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주변 동료의 도움을 받는 일이 생기다 보니 스스로 답답함과 미안함, 그리고 혹시 환자 상태를 나쁘게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시간이었다. 환자 상태는 수시로 변하고, 업무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10년의 세월을 바로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식사도 못 하고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게 일상이었다.

처음 독립 업무를 하던 그 날 투석하던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원내 방송으로 접하던 코드블루 방송을 요청하고 나니 내 심장도 같이 멈춘 듯했다. 바쁘게 응급처치를 하고 담당 의사에게 연락하는 사이 동료들 모두 일사불란하게 각자 역할을 정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늦깎이 중환자실 신규간호사의 애절한 마음을 아셨는지 다행히 환자는 다시 회복됐다. 필자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며, 동료와 소생해주신 환자분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지 6년째, 이제는 환자의 마음도 살피는 간호사가 되고자 노력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 한 분이 있다. 90세가 넘는 할머니셨는데 다음날 일반병실로 이실 예정이었다. 할머니께 "내일 아들하고 딸 만나니깐 좋으시죠"라고 여쭤봤는데 아니라고 하셨다. "그럼 누가 제일 보고 싶으시냐"는 물음에 할머니의 대답을 듣고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할머니의 대답은 "엄마"였다.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환자의 상태에만 머물러 장비와 여러 증상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나의 꿈 '전인 간호',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세세한 부분까지 간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꿈을 이루는 간호사가 되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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