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장장 2800km ‘있으나 마나’…구멍 난 멧돼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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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림지역 곳곳엔 돼지열병을 막겠다며 설치해놓은 울타리가 있습니다.
길이를 모두 더 하면 28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7배나 됩니다.
곳곳이 뚫어지고 쓰러져서 관리에 애를 먹었는데요, 요즘은 좀 개선이 됐을까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도로 경계를 따라 설치된 울타리, 이곳 울타리도 한가운데가 뚫려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로 넓게 벌어집니다.
2년 전 돼지열병 확산 방지 울타리가 훼손돼 있던 경기 가평의 마을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여전히 울타리가 설치되다 만 듯 뻥 뚫려있고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구부러집니다.
[김유수 / 마을 주민]
"돼지가 산에서 내려오잖아요. 그럼 여기도 산이고 저기도 산인데 이거 하나 마나 아니야? 이건 누가 잘못한 거야."
이번엔 강원도 화천으로 가봤습니다.
산을 따라 설치된 울타리입니다. 낙엽과 토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건데요.
옆으로 이어진 울타리도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는 훼손 여부도 모르고 있습니다.
[화천군 관계자]
"(아직 수리하지 않은 훼손된 곳도 있나요?)
제가 파악하고 있는 건 아직 없습니다."
도로 옆 산책로 양쪽이 울타리에 둘러싸인 곳도 있습니다.
이중으로 설치돼 있는 겁니다.
[울타리 설치업자]
"우리들 생각에는 치지 말아야 될 부분도 엄청 많이 쳤었어요. 거기다 칠 필요가 없는데 막 쳐놨단 말이야."
환경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걸 막기 위해,
경기와 강원, 경북 지역에 걸쳐 서울 부산 거리의 7배에 달하는 광역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설치에만 1600억 원, 유지 보수에는 해마다 40억 원이 들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울타리에 달린 출입문을 아예 열어 두고 지냅니다.
[마을 주민]
"365일 그냥 열어놓고 있죠. 한 가구 같으면 자기네가 닫고 대문처럼 열고 들어갔다가 하지만 저기 몇 가구가 있는데 어느 사람이 경비가 있어서 열어줬다가 닫았다가 해."
밭에는 며칠 전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농민]
"문 열리고 자꾸 그러면서 들어온 거 같아. 아니 사람들이 자꾸 드나드니까. 이리로 해서 들어왔더라고."
국립공원 안에 설치된 출입문도 마찬가집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안입니다.
경고음과 안내표지판이 무색하게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출입문은 닫아야 돼요. 거기 포스터도 붙여놓고 캠페인도 하거든요. 혹시 열려 있는 곳 있으면 닫고 다니고 이런 점검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이 닫혀 있어도 1.5m 높이의 울타리는 먹이를 구하려는 맷돼지가 쉽게 뛰어넘습니다.
[오연수 /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
"멧돼지가 학습의 동물이고 울타리가 물리적으로 남하를 막아주었던 때는 이제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나. 만약에 보수가 필요한 곳들이 생기면 구간을 정해서 서서히 철거해 가는 방향으로…"
효과는 적고, 불편은 많은 광역 울타리.
돼지열병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좁고 두텁게 방어선을 구축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석동은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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