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훈 통계청장 “韓·日, 통계 교류 폭 확대 기대… 韓 주도 ‘亞 협의체’ 추진” [세계초대석]
물가·연금 등 ‘생활형 통계’로 혁신 계획
실생활서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 추진
중구난방 데이터 분석해 정책수립 지원
2028년 ‘한눈에 보는 통계 시스템’ 구축
챗 GPT·AI 적용… 접근성도 제고 나서
11종 연금데이터 분석 ‘사각지대’ 발굴
'포괄적 연금통계’ 오는 10월 공표 예정
감사원 감사 따른 중립 확보안도 마련
한 청장은 기획재정부 차관보 시절 각 기관에 산재한 연금 통계를 입수·통합하는 조정자 역할을 선제적으로 수행할 만큼 일찌감치 통계의 중요성을 파악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통계청장에 취임한 뒤에는 통계 각 분야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 청장은 “혁신의 방향은 국민이 쓸 통계를 접근하기 쉽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 혁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통계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재해로 예를 들어보겠다. 태풍이 올 때 재난방송에서 통영을 지날 것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노후가구나 노인 1인가구 통계와 결합되면 ‘태풍 경로상에 노인 1인가구 비율이 높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좀 더 생생한 재난방송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공공혁신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에 태풍 힌남노 경로에 노후주택 통계를 같이 결합해 시범 분석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자연재해 연계 통계지리정보시스템(SGIS)과 연계해 본격 서비스하려고 한다.”
―빅데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인가.
“포괄적 연금통계가 대표적이다. 지금 연금은 국민, 개인 등 각각 연금별로 통계가 있지만 나조차도 어떤 연금에 가입돼 있는지 여러 군데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이걸 통합해서 제공하겠다는 게 통계청의 계획이다. 우리 국민이 평균적으로 연금에 얼마나 가입돼 있고 어느 정도 받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이 하나도 없는 이른바 ‘연금 사각지대’도 파악할 수 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통계등록부와 국민연금, 직역연금, 개인연금 등 11종의 모든 연금데이터를 연결해 작성 중인데, 올해 10월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도 관심이 클 것 같다.
“통계청에는 국가통계포털(KOSIS), SGIS 등 각종 접근 통로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막상 유저 입장에서 찾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시스템이 어렵게 구성됐다기보다는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관리하는 통계가 66종, 승인해주는 통계가 1309종이나 된다. 그래서 모든 통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2028년까지 구축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분석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합계출산율을 1970년부터 지금까지 찾아줘’ 하면 찾아줄 수 있게 된다.”
―출산율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저출산과 관련한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통계들이 있다. 이런 통계는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가령 결혼에 대한 견해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2012년 62.7%에서 지난해 50.0%로 낮아졌다. 전 국민이 대상이라 이 정도다. 20~29세의 경우 35.1%밖에 안 되고 더 어린 연령대는 30%도 안 된다. 또 지난해 기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서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은 정책 제언하는 기관도 아니고 중립성·독립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이처럼 결혼 문화를 설명하는 지표를 통계청이 추가 개발하면 관련 부처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득주도성장 효과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다. 향후 계획은.
“지금 통계청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데 통계청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감사원 지적이 다를 수 있어서 감사 끝난 뒤 감사 결과를 반영해 통계의 신뢰성, 중립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려고 한다. 그 부분은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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