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훈 통계청장 “韓·日, 통계 교류 폭 확대 기대… 韓 주도 ‘亞 협의체’ 추진” [세계초대석]

이희경 입력 2023. 3. 21. 19:41 수정 2023. 3.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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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개월 맞은 한훈 통계청장
물가·연금 등 ‘생활형 통계’로 혁신 계획
실생활서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 추진
중구난방 데이터 분석해 정책수립 지원
2028년 ‘한눈에 보는 통계 시스템’ 구축
챗 GPT·AI 적용… 접근성도 제고 나서
11종 연금데이터 분석 ‘사각지대’ 발굴
'포괄적 연금통계’ 오는 10월 공표 예정
감사원 감사 따른 중립 확보안도 마련
한훈 통계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류가 끊겼던 일본 통계 당국과 올해부터 협력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 청장의 일본 방문 때 합의한 사안이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통계 협력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청장은 여기에 더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아시아 통계협의체’(가칭·아시아스탯) 설립도 한국이 주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훈 통계청장이 지난 17일 서울 논현동 통계청 나라셈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지표체계 구축, 포괄적 연금통계 개발 등 통계청이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 청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통계청 나라셈집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상당히 협력적 분위기로 양국이 통계 교류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 청장은 통계 협력의 틀을 일본에만 국한하지 않고 한·중·일,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 전체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청장은 “지난 3월 중국 통계청 차장을 만나서 한·중·일 통계 협력을 해보고, 아시아스탯을 만들자고 얘기를 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협력적인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일본을 설득하고, 중국과의 협력 수준을 진전시키면 아시아 전체 지역을 관할하는 통계협의체 출범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한 청장은 강조했다.

한 청장은 기획재정부 차관보 시절 각 기관에 산재한 연금 통계를 입수·통합하는 조정자 역할을 선제적으로 수행할 만큼 일찌감치 통계의 중요성을 파악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통계청장에 취임한 뒤에는 통계 각 분야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 청장은 “혁신의 방향은 국민이 쓸 통계를 접근하기 쉽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 혁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우선 통계를 생산하는 측면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통계를 생산해야 한다. 물가 통계 중 최근 외식비가 올랐다고 하는데, 현재는 음식값이 올랐는지, 배달비가 올랐는지 구별이 안 된다. 또 지난달에 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4.8% 올랐다고 하는데 물가가 이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가 지표를 가구주의 연령대나 1인, 2인 가구로 세분화해서 제공하면 국민이 물가에 대해 느끼는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외식배달비 지수는 올해 12월에 공표되고, 가구 특성을 반영한 물가 지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공개될 예정이다.”
―통계의 활용은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

“통계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재해로 예를 들어보겠다. 태풍이 올 때 재난방송에서 통영을 지날 것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노후가구나 노인 1인가구 통계와 결합되면 ‘태풍 경로상에 노인 1인가구 비율이 높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좀 더 생생한 재난방송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공공혁신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에 태풍 힌남노 경로에 노후주택 통계를 같이 결합해 시범 분석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자연재해 연계 통계지리정보시스템(SGIS)과 연계해 본격 서비스하려고 한다.”

―빅데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인가.

“빅데이터는 연계하면 할수록 더 좋은 정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통계청이 중심이 돼 다른 것을 연계하는 데이터허브 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다. 통계청이 관리하는 것 중에 통계등록부가 있는데 ‘인구가구 통계등록부’, ‘기업 통계등록부’ 두 가지가 있다. 인구가구 쪽은 가구주 중심으로 5200만 모든 국민의 특성 정보 등이 다 결합돼 있다. 기업 통계 쪽도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이 740만개, 휴업까지 포함하면 1100만개가 있다. 이런 기업 관련 데이터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더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올해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있나.

“포괄적 연금통계가 대표적이다. 지금 연금은 국민, 개인 등 각각 연금별로 통계가 있지만 나조차도 어떤 연금에 가입돼 있는지 여러 군데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이걸 통합해서 제공하겠다는 게 통계청의 계획이다. 우리 국민이 평균적으로 연금에 얼마나 가입돼 있고 어느 정도 받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이 하나도 없는 이른바 ‘연금 사각지대’도 파악할 수 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통계등록부와 국민연금, 직역연금, 개인연금 등 11종의 모든 연금데이터를 연결해 작성 중인데, 올해 10월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도 관심이 클 것 같다.

“빅데이터 관련 시그니처(간판) 통계 중 관광통계가 있다. 이달 말에 제주관광공사, SKT와 협업해 ‘제주 한 달 살기’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바일 이동 데이터와 통계등록부를 결합하는 사례다. 제주도 입국은 따로 신고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제주에서 한 달 사는 사람의 규모나 특성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바일 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에 살았다가 제주에 한 달 머문 뒤 다시 서울로 간 사람을 파악할 수 있고, 여기에 이 사람들의 연령대, 직업군 등을 결합해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제주도에서 이 사람들이 어디를 다녀갔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들은 숙박 및 각종 관광 상품을 기획할 수 있고 제주도 역시 관광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국민이 통계와 친숙하지 않은 측면도 있는데, 서비스 체감도를 높일 방안은.

“통계청에는 국가통계포털(KOSIS), SGIS 등 각종 접근 통로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막상 유저 입장에서 찾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시스템이 어렵게 구성됐다기보다는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관리하는 통계가 66종, 승인해주는 통계가 1309종이나 된다. 그래서 모든 통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2028년까지 구축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분석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합계출산율을 1970년부터 지금까지 찾아줘’ 하면 찾아줄 수 있게 된다.”

―출산율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지금도 저출산 관련 통계는 꽤 있는데 굉장히 흩어져 있다. 그래서 이걸 다 모아서 저출산 통계지표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인구, 일자리, 주택, 소득·지출·자산, 교육·돌봄 등 저출산 원인은 물론 저출산에 대한 정책 평가도 포함된다. 정책 담당자들이 지표체계만 봐도 영감을 얻을 수 있게 이르면 내년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추가로 결혼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추가 지표도 개발해 지표 체계를 확대할 생각이다.”
―추가 지표는 저출산 대책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저출산과 관련한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통계들이 있다. 이런 통계는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가령 결혼에 대한 견해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2012년 62.7%에서 지난해 50.0%로 낮아졌다. 전 국민이 대상이라 이 정도다. 20~29세의 경우 35.1%밖에 안 되고 더 어린 연령대는 30%도 안 된다. 또 지난해 기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서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은 정책 제언하는 기관도 아니고 중립성·독립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이처럼 결혼 문화를 설명하는 지표를 통계청이 추가 개발하면 관련 부처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득주도성장 효과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다. 향후 계획은.

“지금 통계청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데 통계청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감사원 지적이 다를 수 있어서 감사 끝난 뒤 감사 결과를 반영해 통계의 신뢰성, 중립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려고 한다. 그 부분은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한훈 통계청장은… ●1968년 전북 정읍 출생 ●정읍 호남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행정학 석사 ●행정고시 합격(35회)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기획재정부 예산실 민간투자정책과장 ●장기전략국 전략기획과장(부이사관) ●주 일본대사관 재정경제관(부이사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기획단 총괄기획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예산실 경제예산심의관 ●차관보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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