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수필로 만나보는 근대 일본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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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른일곱 살이 됩니다. 얼마 전에 어느 선배가, 자네, 용케 그럭저럭 살아왔군, 하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나 자신도 서른일곱까지 살아왔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년)는 수필 '봄'에서 이렇게 썼다.
허구적 상상력에 의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설과 달리, 수필은 주변의 현실이나 실제 경험을 자신이 보고 느낀 그대로 담아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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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등 지음 / 박성민 번역 / 시와서 펴냄
"이제 서른일곱 살이 됩니다. 얼마 전에 어느 선배가, 자네, 용케 그럭저럭 살아왔군, 하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나 자신도 서른일곱까지 살아왔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년)는 수필 '봄'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이 글을 쓰고 난 후 2년 후 죽었다. 다섯 번째 자살 시도 끝에 39년이란 짧은 생을 마감했다.
허구적 상상력에 의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설과 달리, 수필은 주변의 현실이나 실제 경험을 자신이 보고 느낀 그대로 담아낸 글이다. 현실을 상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자신의 감수성과 정서로 바라본다. 바로 여기에 수필의 매력이 있다. 특히 일본의 수필 문학은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에 시작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문학 장르다. 일본 특유의 애절함, 무상함, 쓸쓸함, 한적함, 소박함, 아련함 등의 정서가 흠뻑 담겨있다.
책은 일본 근대 작가 19명의 수필 마흔다섯 편을 엮은 선집이다. 책은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고요한 봄의 빛에 감싸여'에선 다자이 오사무의 '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귤', 구보타 만타로의 '봄은 깊어' 등이 소개되어 있다. 2장 '무엇이 그리워 쓰는 시인가'에선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데라다 도라히코의 '꽃 이야기', 미야모토 유리코의 '모깃불' 등이 담겨있다. 3장 '붓을 드는 것이 울적하구나'에는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얼음가게의 깃발', 스스키다 규킨의 '풀 베는 냄새' 등이 수록되어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일본 특유의 정취, 미적 감수성을 흠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진실하고 아련한 독백은 어찌보면 독자 자신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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