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올인

신하연 2023. 3.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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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등락률 3배 추종상품 매수
신용융자 등 '빚투'도 크게 증가
금융 시장 불안 등 변수 많아
실리콘밸리은행 지점. 연합뉴스 제공.

은행 파산 이슈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다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올들어 한동안 잠잠했던 '빚투'(빚내서 투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비롯해 은행권의 추가 파산 가능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늘어난 고위험 투자= 21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상위에는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쇼트 QQQ'(7억4800만달러)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6억1700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3X'(6억1000만달러)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QQQ'(5억2700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불 3X'(2억1600만달러) 등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개미들이 1조원 가까이(9790억원) 사들인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쇼트 QQQ'(QQQ)의 경우 나스닥 지수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같은 기간 8077억원 어치를 매수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변동 폭의 3배를 따라간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3X'(SOXS) 역시 지수를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한다.

인버스 ETF의 경우 지수가 1% 하락하면 ETF 가격은 1% 상승한다. 즉, 약세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인버스'와 '곱하기'를 합성한 '곱버스'의 경우 지수 하락 시 두 배의 수익이, 3X 상품은 지수 하락률의 3배의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ETF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실도 두 배, 세 배로 치솟는 전형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다.

◇'빚투'도 증가= 국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긴축 완화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부상하며 이른 바 '빚투'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견조한 물가상승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올초 분위기가 최근 은행 위기를 겪으며 반전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는 지난주 들어 최대 18조3500억원대로 늘었다. 최근 3개월 평균치인 16조9000억원과 비교해 9%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3개월 평균 1850억원대에 그쳤던 위탁매매미수금도 이달 평균 21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 8일 1850억원이었던 위탁매매미수금은 9일부터 2000억원대를 웃돌기 시작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한창이던 13일에는 3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도 20일 기준 19조79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저점인 지난 1월 11일(18조5800억원)보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글로벌 이슈에 따라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급증했다. 이달 들어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 평균은 11%로, 최근 3개월 평균치인 7.9%를 훌쩍 상회했다. SVB발 공포 심리가 확산된 지난 13일에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일 거래액이 301억원을 기록,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2.5%에 달하기도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섣부른 긴축 종료 기대감은 중장기 관점에서 유효하지 않다"며 "금리 인하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리스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미 지역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의 지원에도 예금 인출이 이어지며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가운데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최근 한달 새에만 90% 이상 폭락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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