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이냐, 베이비스텝이냐… 봄을 잊은 `파월의 딜레마`
계속된 경기침체에 책임론까지
시장안정-물가 사이 고민 깊어
한은·국내 주식시장 예의주시
은행사태에 美 연준 선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이 임박했다.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FOMC를 열고 우리 시간으로 23일 오전 3시경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물가 잡기와 경기 연착륙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던 연준에게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하나 더해졌다. 연준은 이제 빨간 불이 들어온 세계 금융시장도 안정시켜야 한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강력한 매파(통화긴축)적 발언을 쏟아내던 연준 인사들도 복잡한 계산에 들어갔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과 이후에도 이어진 은행들의 위기는 금융시스템 위기론으로 확대되는 국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일어난 데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파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급격한 긴축이 SVB 주요 자산인 미 국채 매각 손실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SVB와 비슷한 중소은행들의 몰락이 우려된다고 연준을 질타했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에서 연 4.75%로 급격히 올렸다. 이에 따라 1% 안팎이던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5%까지 치솟았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채권을 보유했던 은행은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부실화 문제 △국제 은행간 유동성 위험 조짐 △경기 침체 위험 등으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그린 심플리파이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와의 대화에서 "SVB의 실패는 정말 누구 때문이냐 하면, 바로 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오는 2024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장담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전례 없는 방식으로 금리를 인상했다"며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을 초래하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 전망이 대세이며, 일각에선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 저널(WSJ) 기자는 최근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이선 시츠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은 (인상 폭)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이 1990년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일시 인상을 중단했던 것은 총 21차례다.
SVB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국회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만 해도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2%)으로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최종 기준금리를 6%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1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24.7%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연 4.50~4.75%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5.3%다. 파월의 국회 연설 이후 50%까지 올랐던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제로(0)'로 떨어졌다. 연준이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경우 금리 상단은 연 5%대에 올라선다.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이 '베이비 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연준 목표인 2%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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