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 뭇매 맞은 노동장관
野 집중포화에 이 장관 “주 69시간은 극단적 경우” 반박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국회에 출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개편 혼란과 관련해 뭇매를 맞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무' 정책과 이로 인한 혼선을 질타했고, 이 장관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장관은 거듭 정책 취지를 설명하며 결과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의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집중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주69시간 노동제,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 문구를 새긴 피켓을 노트북 앞에 붙이고 정책 철회를 압박했다.
이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이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다'고 지적하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제게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책 혼선 지적에 한발 물러나면서도 연장근로 유연화 필요성과 개편안 취지가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것이란 점을 거듭 설명했다.
이 장관은 "현재처럼 주52시간제가 급격히 들어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게 주 (연장근로) 상한을 12시간으로 규제, 편법·공짜 노동이 빈발하고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편안은) 한마디로 주52시간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고안됐다"며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69시간을 일해야 하는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이 다음 주에는 69시간을 채우지 않을 수 있다고 보나"며 이 장관을 몰아세웠다. 정부는 '집중 근로 후 장기휴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현실적으로 주당 69시간 근무가 필요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채 휴가를 가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미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으로 불리는 데 대해 "정확한 표현은 69시간이 아니라 주 평균 52시간이 맞다. 주 69시간은 극단적인 경우에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선 69시간이 가짜뉴스라고 한다'는 전 의원 질의에 "제가 말한 게 아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번 정책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 설명이 계속 바뀌고 설명도 뒤죽박죽 되고 있는 등 혼선을 자초한 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전날 "의견을 수렴해 60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선회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전날 대통령실 입장을 재번복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장관과 대통령실, 대통령 말이 다르니 이게 행정의 난맥상"이라며 "애당초 잘못된 계획이니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야당 간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여당, 대통령실의 정책 협의를 거쳐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것은 장관 그만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장관은 이 상황 자체가 굴욕적이지 않나"고 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취지라며 엄호하면서도 정부가 혼란을 야기한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주 40시간에 더해 12시간 이상 추가로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현 상황과 관련해 "(정부 개편안은) 추가 근로시간이 연간 440시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주간 추가 근로 시간이) 12시간도 아니고 8.5시간"이라며 "사실상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개편안의 취지를)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게끔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며 정책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같은 당 박대수 의원도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현장에 가서 노동자들의 애환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살펴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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