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은 되는데···내국인 이용 제한된 韓 공유숙박

김지영 기자 2023. 3. 21. 18: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엔데믹에 재연되는 '공유숙박 규제' 논란
외국인 대상에 호스트 거주 의무도
내국인 도심 투숙 '위홈'서만 가능
여행수요 회복에 체류형 관광 늘어
특수 기대되나 복잡한 규제에 막혀
업계 "소비자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샌드박스 완화 추진에 제도화 기대
12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관광 안내원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미국인 A 씨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때 호텔 대신 공유숙박을 이용했다. 그가 빌린 집은 미션지구에 위치한 개인 콘도로 지난해 10월 콜럼버스를 여행했을 때도 그는 공유숙박에 묵었다. 일본인 B 씨도 지난해 10월 오사카 여행, 2021년 오키나와 나하 여행에서 공유숙박을 사용했다. 반면 한국인 C 씨는 친구의 생일 파티를 위해 지난해 서울 홍대 인근에 방 하나를 빌리려다가 포기했다. C 씨가 봤던 숙소는 잡지에 나올 법하게 그럴싸한 인테리어를 갖춘 방이었다. 2~3명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하루 묵기에 좋아 보였다. 그러나 내국인이 이용하려면 특정 사이트에서 예약해야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고 찜찜한 마음에 숙박 계획을 접었다.

엔데믹으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공유숙박 업계가 규제 완화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현재 강도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 샌드박스로 제한적으로 일부 업체에 풀어준 내국인의 도심 공유숙박에 부과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규제 개선에 호의적이면서 이번 기회에 제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팬데믹 이후 장기간 체류형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여행 스타일이 바뀐 데 따라 공유숙박 업계가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 3월 10일자 1·4면 참조

실제로 세계 최대 공유숙박 업체인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한국만큼 공유숙박을 규제하고 있지 않다. 샌프란시스코는 호스트(집주인)가 투숙객이 묵을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경우 영업 일수에 제한 없이 공유숙박을 운영할 수 있다. 호스트가 해당 집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만 영업 일수를 연간 최대 90일로 제한한다. 투숙객의 내·외국인 여부를 구분하는 규제는 없다.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공유숙박. 사진=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공유숙박. 사진=에어비앤비

공유숙박에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로 손꼽혔던 일본에서는 2018년 ‘신민박법’을 도입한 후 공유숙박을 희망하는 호스트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을 운영할 수 있다. 단 호스트가 집에 거주하면 연 180일 이내에만 영업 가능하다. 호스트가 거주하지 않는 경우 전문 관리 업체에 맡겨 365일 내내 숙박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일본은 최근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한국은 내·외국인을 구분해 규제하는 데다가 호스트의 거주 의무까지 두고 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도심지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해야 한다. 주택 소유주가 거주하는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즉 호스트가 거주하는 집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공유숙박 영업이 가능하다. 내국인의 도심 공유숙박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위홈’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공유숙박 업체들 사이에서 한국이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우리 정부가 규제 완화에 그간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올해 초에도 업계와 규제 개선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규제 샌드박스로 서울에서 연 180일 내 내국인에게 한시적으로 공유숙박을 제공하는 위홈에 대해 정부는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연 180일을 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호텔·펜션 등 기존 숙박 업계의 반대다. 기존 숙박 업계는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경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유숙박을 찾는 고객이 많아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 완화 시 구체적 방향을 두고도 논란이다.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 제한이 없고 도심에서 내국인에 대해서만 연간 180일 이내 영업이 가능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내·외국인 구분 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연간 180일 이내로 공유숙박의 영업이 가능한 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돼 있다.

공유숙박 업계에서는 내·외국인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호스트가 다수의 공유숙박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180일의 영업 일수 제한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호스트는 180일 제한을 두더라도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반면 서울의 호스트들은 외국인까지 영업 일수를 제한할 바에는 차라리 현 규제가 낫다는 등 공유숙박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현행 복잡한 규제가 불법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국인을 투숙객으로 받았다가 불법으로 신고당했다는 호스트의 후기뿐 아니라 거꾸로 내국인의 예약을 반복적으로 취소했다가 플랫폼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철모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공유숙박은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충돌하고 있으나 소비자 위주로 합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