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이 남긴 청구서 [정치왜그래?]
한일정상회담 비판 여론
정면돌파 선택한 대통령
사실상 대국민 담화 모양새였습니다. 3월21일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생중계로 공개했습니다. ‘빈손 외교’ ‘굴욕 회담’ ‘외교참사’ 등 한일정상회담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며 “한일관계도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3월18일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는 장외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국정조사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월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제동원 셀프배상안, 독도 영유권, ‘위안부’ 합의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를 포함한 한일정상회담 전반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굴욕외교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회담 내용은 하나같이 갈등의 불씨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반응은 긍정도 부정도 아닙니다. “외교 당국이 근거 없는 일본 측 보도에 유감을 표시했다”라면서도, “회담에서 오고 간 정상들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인 3월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강연회를 갖고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새겨야 할 김 전 대통령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국내 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월21일 〈정치왜그래?〉에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남긴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드립니다.
미납 추징금 환수 될까?
전두환 손자의 폭로가 드러낸 것
“할아버지(전두환씨)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그들이 범죄자라는 게 확실해진다.”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SNS를 통해 가족 비리를 폭로하면서, 환수하지 못한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922억 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원씨는 ‘사저에 근무하는 가정부와 경호원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통로로 활용했다’라고 밝히는 등 전두환 일가가 어떻게 재산을 빼돌려 왔는지를 SNS와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현행법상 전두환씨 사망으로 더이상 추징은 불가능합니다. 전씨 사망 후에도 추징이 가능하게끔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이 발의돼 있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전두환씨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악연’은 유명합니다. 신군부는 민주 세력의 지지를 받던 유력 정치인 김대중을 제거하기 위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꾸미는가 하면, 55차례나 가택연금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씨를 사면하고,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이 진실로 반성하고 역사 앞에 고백해서 국민들의 용서를 받는 것을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씨는 2021년 11월23일 숨지기 직전까지도 12·12 군사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행한 학살, 추징금 미납 등에 대한 사죄나 반성은 없었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선동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며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합니다.
전우원씨의 폭로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그림자를 드러냅니다. 미국에서 사업할 당시 전두환씨 동생 전경환씨의 제안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지만,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을 만난 이후 그의 영원한 ‘입’으로 살았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지켜봤을까요?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진주 PD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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