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낭에 3억 현찰 “창고 땅 찾아줘요”…반도체 클러스터 들끓는 용인 [부동산360]

입력 2023. 3. 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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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등에 300조원을 투자해 710만㎡의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남사읍 소재 부동산들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묻기 위해, 투자자들은 수용되는 땅을 피해 어떤 물건을 투자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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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단지 조성 예정 남사읍 찾아
A공인 “전화기 꺼놓고 찾아오는 손님에 집중”
인근 토지들 1주일 사이 30~40% 올라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84㎡도 1억 상승
토지거래허가 묶이며 희비 엇갈려
인근 동탄2신도시로 호재 옮겨
300조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농지 너머로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가 보인다.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오늘 하루만 계약 해지가 3건입니다. 지난 주말 매수인들이 1000만원씩 가계약금을 넣었는데 집주인들이 전부 오늘 배액 상환을 했어요. 한 집은 경남 통영에서 다음주에 이사를 오려고 인테리어업체까지 예약했는데 집주인이 계약금 3000만원을 배액 상환하겠다고 하자 결국 7000만원 올리기로 합의가 됐어요. 하루아침에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됐죠.”(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A공인중개사무소)

“지난 주말 타일업체에서 쓸 창고 부지를 찾는다며 가방에 현금 3억원을 들고 온 손님도 있었어요. 마침 21억원에 내놓은 창고 부지가 있어 땅주인에 전화했지만 갑자기 30억원을 달라고 하니 계약이 성사가 될 수 없죠. 시장이 난장판이 됐습니다.”(남사읍 남곡사거리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삼성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등에 300조원을 투자해 710만㎡의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남사읍 소재 부동산들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묻기 위해, 투자자들은 수용되는 땅을 피해 어떤 물건을 투자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일일히 설명해줄 수가 없다”며 “당장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놓고 찾아오는 손님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300조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남곡사거리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영상 기자

▶“땅은 부르는 게 값”= 지난 15일 정부가 남사읍 일대에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소식을 발표하자 인근 토지 매물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3.3㎡당 100만~200만원 하던 전원주택 부지들은 갑자기 호가가 두 배 넘게 뛰었고, 국도 주변 자연녹지(건폐율 20%)들은 300만~400만원 하던 것들이 5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남사읍 국도변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일주일 사이 평균적으로 30~40% 오른 느낌”이라며 “기대심리에 땅주인들은 우선 매물을 거두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남사읍과 이동읍이 있는 용인시 처인구 일대는 2019년 SK하이닉스가 원삼면에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다고 하면서 이미 지가가 크게 오른 상태다.

밸류맵에 따르면 2019년 남사읍에서 거래된 토지들의 3.3㎡당 평균 가격은 77만원이던 것이 2020년에는 88만원, 2021년에는 125만원, 2022년에는 127만원으로 올랐다. 3년 사이 71%가 오른 셈이다.

남곡사거리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정부) 발표 후에도 기존 가격을 10% 내외로 올린 것들만 거래가 있고 그 이상부터는 호가만 있을 뿐”이라며 “지가가 최근 급격히 올라 임대수익이 높지 않고 금리가 비싸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했다.

300조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서영상 기자

▶아파트 전용 84㎡ 1주일 사이 1억 ↑… 토지거래허가제에 희비 엇갈려= 인근 아파트 시장 또한 일제히 호가가 뛰었다. 최근까지 가격이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빠져 ‘한숨시티’라는 별명을 얻었던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는 남사읍 내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로 매수 문의가 뜨겁다.

전용 84㎡가 1주일 전만 해도 호가가 3억 중반부터 있던 것이 주말에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억 넘게 올랐다. 근처에서 만난 한 매도자는 “매물을 내놔도 감감 무소식이다가 지난주 갑자기 부동산에서 전화가 빗발쳐 놀랐다”며 “84㎡를 4억원에 내놨다가 거두고 5억3000만원 내외로 올릴 생각으로 부동산을 찾았다”고 밝혔다.

20일부터는 남사읍과 이동읍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주거지역의 경우 60㎡ 이상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포함되는데 한숲시티 전용 84㎡ 중 2·4단지는 각각 대지 지분이 67㎡·64㎡로, 기준선을 넘어 허가 대상인 반면 3·5·6단지는 대지 지분이 55㎡ 내외로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서 빠진다. 즉 3·5·6단지 전용 84㎡는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지만 2·4단지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만 살 수 있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은 교통망 개선에 큰 기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용인시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벨트가 형성되며 인근 동탄역 등으로 ‘반도체 고속도로’는 물론 전철역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업계에서는 도로 추가 확충을 기정사실화하며 동탄2신도시도 간접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숲시티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차로 20분거리에 있는 동탄2신도시 아파트들이 6억5000만원대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호가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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