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절차도 갖추지 못한 탄소중립기본계획
지난해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국가 비전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사항’, ‘중장기 감축 목표 등의 달성을 위한 부문별, 연도별 대책’ 등이다.
그러나 정부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 ’을 발표할 때까지 탄소중립기본법에 규정된 절차들을 지키지 않았다.
이날 발표한 기본계획에는 계획 기간에 포함된 20년 뒤 2042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들어있지 않다. 기후단체인 플랜1.5 소속 박지혜 변호사는 “적어도 5년 단위인 2040년 감축 목표는 들어가는 게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대영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차장은 “법이 제시하라고 하는 연도별, 부문별 감축 목표는 ‘중장기 감축 목표’까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 등 한국과 유사한 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가까운 미래에는 연도별,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대적으로 먼 미래에도 연도별 목표를 제시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감축 대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본계획에는 경제적 효과 분석이 들어있지 않다.
이번 기본계획을 수립, 공론화하는 과정에서도 ‘졸속’ 논란이 있었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탄녹위 위원을 위촉할 때 청년, 노동자,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등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탄녹위 내부에 이 같은 주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탄소 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를 기본계획 법정 기한(2023년 3월25일)을 3일 앞둔 이달 22일에 연다. 수립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와 학계, 지자체 등과의 간담회를 했지만, 시민사회, 노동자, 농민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간담회는 없었다. 탄녹위가 지난 2일 법정 기한 3주를 앞두고 진행했던 전문가 설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낸 성명에서 “국민의 삶과 밀접한 이 기본계획에 대해 법정시한을 불과 3일 남겨둔 상황에 의견을 묻겠다 발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20년간의 계획이 담겨야 하는 법정 규정도 무시하고 10년치의 계획만을 담은 것도 모자라 그 계획조차도 또 다른 위험과 미래 세대로 미루는 계획으로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3091431001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303180002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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