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산업' 제2의 반도체로
'부력(浮力)'은 물이 가진 속성이다. 물체를 띄우는 힘을 뜻한다. 물이 띄우는 것은 비단 배와 같은 물체뿐만이 아니다. 경제와 산업, 문명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이룬 역사 발전의 성과는 물의 힘을 발판 삼아 이뤄졌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성공도 물에서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했던 1970년대 당시 면방직 공업을 벗어나 중화학공업으로의 산업 전환은 시대적 과제였다. 하지만 물이 문제였다. 중화학공업에는 대량의 물이 필요하나, 1960년대 이전까지 수자원 이용 능력은 미비했다. 당시 수자원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총 1140억㎥ 중 실제 활용한 양은 80억㎥뿐이었다. 이에 정부는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67년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설립해 4대강 유역 조사 사업과 다목적댐 건설 사업 등을 추진했다.
물은 모든 산업의 출발점이자 생명수다. 수자원에 취약한 사회는 제약이 뒤따른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사실은 변함없다. 오히려 세계 경제가 반도체와 같이 첨단산업으로 재편되고 친환경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물의 집약적이고 합리적 이용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도시화와 기후변화, 수질오염, 인프라스트럭처 노후화 등으로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는 향후 물 가격 상승과 분배 갈등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물의 가치가 높아지며 물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물 산업이 물 리스크를 해결하는 해법이자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물 시장 전문기업인 GWI는 세계 물 시장이 2027년 1조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이 중 4차산업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물 시장은 455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 분야에서도 물을 이슈로 한 투자 상품이 출시되고, 더 나아가 기업의 물 사용 데이터를 공시하는 글로벌 규범도 강화되는 추세다.
친환경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반드시 물 산업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구글 등은 사용한 물보다 많은 양의 물을 복원하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를 목표로 물 재이용과 디지털을 활용한 물 관리, 대체 수자원 개발 등 전방위에 걸쳐 물 산업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첨단산업의 격전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천문학적 수준의 시장이 열리며 글로벌 물 산업 경쟁은 가열되는 중이다.
우리도 물 산업 경쟁력을 높여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물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K-water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 전문 공기업으로 최선을 다해 정부 정책의 성공에 기여하고자 한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국내 주제는 '함께 만드는 변화, 새로운 기회의 물결'이다. 물의 가치는 저절로 발현되지 않는다. 물을 새로운 기회의 물결로 만들려면 변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K-water,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면 대한민국의 물 산업을 세계 표준으로 키울 수 있다. 올해를 글로벌 물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고 반도체 못지않은 신성장 동력 창출을 목표로 사회적 역량을 모아가자.
[정경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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