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중국 양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

2023. 3.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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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서울=뉴스1) = 지난주 ‘시진핑 주석-리창 총리 체제’를 공식화한 중국 양회가 폐막했다. 중국 양회 기간 총리 정부보고, 정부 조직개편, 신임 외교부장관의 첫 기자회견 등에서 제시된 메시지는 우리가 앞으로 더 경쟁적인 미·중 관계, 그리고 더 가속화되는 진영화 질서의 미래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양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과학기술과 공산당 권위의 강력한 연계’다. 이번에 통과된 중국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과학기술위원회’의 신설이다. 서구의 대중국 견제와 압박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과학기술 업무에 대한 공산당의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과학기술 혁신은 시진핑 3기 체제의 핵심 과제이면서, 공산당 집중영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어젠다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 혁신은 중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자신감 제고의 핵심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고도의 과학기술 자립자강(高水平科技自立自强)’을 향한 강한 의지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보고에서 “과학기술정책은 자립자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양회 직전 공표된 <디지털 중국 건설 종합계획>에서도 중국은 자립자강의 디지털기술혁신 체계 구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는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독자적인 핵심기술 역량과 기술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고하고 있다.

셋째, 과학기술과 군의 강한 연계다. 중국은 군의 기술혁신 주도 역할과 기술혁신에 기반한 강군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국방과학기술 돌파, 고도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대한 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방과학기술 산업 강화로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강군을 건설함과 동시에 중국의 산업망과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력과 군사력, 군과 기술 안보의 연계는 향후 미·중 경쟁에서 첨단기술의 수출통제와 디커플링의 지속 심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넷째, 중국 특색 대국외교의 본격화와 우호세력 규합의 선언이다. 양회 기간 개최된 첫 기자회견에서 친강 신임 중국외교부장은 “중국외교는 이미 가속버튼(加速键)을 누르고, 집결나팔(集结号)을 불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민주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중국의 친구들을 더 적극적으로 규합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올해 중요 외교 과제로 제1차 중국-중앙아 5국 정상회의와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강조하는 모습은 비서구,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구축과 우호세력 규합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서방의 압박에 대한 공개적 비판과 단결 투쟁의 강조다. 시진핑 주석은 정협 민간기업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의 전방위적 대중국 봉쇄, 억압, 견제가 중국 발전에 전례 없는 엄중한 도전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경제의 하향압력 증가 등 대내외의 복잡한 변화 속에서 단결투쟁해야 함을 강조했다. 친강 외교부장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이성과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하고,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 질주하면 충돌과 대결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차 당대회와 양회를 거치면서 중국은 다가올 거친 파도와 풍랑의 중대한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문건과 지도자 연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이 많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러한 높은 위기 인식 하에 중국 양회가 쏟아낸 ‘과학기술과 안보의 연계, 자립자강과 군사력의 강화,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가속버튼과 집결나팔’의 메시지 속에서,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미·중 갈등과 경쟁, 그 속에서 세계가 직면하게 될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읽으며, 무거운 마음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정세 인식과 시대에 대한 통찰, 그리고 높은 외교 역량이 필요한 시기임을 절감하게 된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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