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이마나가 WBC 결승 맞대결, 공포의 타선이 이들을 기다린다

심진용 기자 2023. 3.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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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칠 미국의 메릴 켈리(왼쪽사진)와 일본의 이마나가 쇼타. AP연합뉴스



만나야 할 팀들이 제대로 만났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미국과 14년만에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이 2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대결한다.

결승전 선발로 미국은 우완 메릴 켈리, 일본은 좌완 이마나가 쇼타를 각각 내보낸다. 우타 중심의 미국, 좌타 일색의 일본을 상대로 양국 모두 반대손 선발 투수를 꺼내 들었다. 잔뜩 불이 붙은 양팀 타선을 이들이 얼마나 제어하느냐가 결승전의 일차 관건이다.

지난 시즌 켈리는 좌타 상대 피OPS 0.720을 기록했다. 우타 상대 0.605와 비교해 차이가 작지 않다. 라스 눗바, 곤도 겐스케, 오타니 쇼헤이, 요시다 마사타카로 이어지는 일본 좌타 라인을 어떻게 상대할 지가 고민이다. 켈리는 지난시즌 눗바와 대결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을 허용했다. 1안타는 홈런이었다. 곤도와 오타니, 요시다는 이번 대회 OPS 1 이상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부진했던 또다른 좌타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도 4강 멕시코전 끝내기 2루타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마나가가 상대해야 할 미국 타선은 일본 이상으로 공포스럽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타자들이지만, 특히 좌투수 상대로 강하다. 지난시즌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 폴 골드슈미트는 좌완 상대로 타율 0.411에 OPS 1.327을 기록했다. 주장 마이크 트라우트도 좌완 상대 OPS가 1.058에 달한다. 무키 베츠와 놀런 아레나도 역시손꼽히는 좌완 킬러들이다. 대회 최다 4홈런을 기록 중인 ‘공포의 9번 타자’ 트레아 터너는 지난 시즌 좌완 상대로 wRC+(조정득점생산력) 146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00을 넘겼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주장 마이크 트라우트가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8강 베네수엘라전 승리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선발들이 버텨내지 못하면 경기는 일순간에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양국 사령탑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미국은 8강 베네수엘라전에서 터너의 극적인 만루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도 4강전 멕시코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요시다가 동점 홈런, 무라카미가 끝내기 2루타를 쳤다. 양국 모두 강력한 뒷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들이 결승에서 만날 불펜투수들은 이제까지 상대한 나라들에 비해 양과 질에서 수준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마나가는 4강전 승리 후 “나만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승리의 순간 결승전 선발 등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 인생을 마감할 때 결승전 등판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투구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마나가는 지난시즌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선발로만 21차례 나와 평균자책 2.26에 11승4패를 기록했다. WBC에선 한국전 포함 구원으로만 2차례 나왔지만, 이틀전 결승 선발 통보를 받았다. 다르빗슈 유의 예상밖 난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속 150㎞를 상회하는 빠른볼과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4강 멕시코전 9회말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2루타에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켈리는 2015~2018시즌 SK(현 SSG)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해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투수다. 2019시즌 30세 나이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해 지난해에는 애리조나 2선발로 우뚝 섰다. 선발로 33차례 등판해 200.1이닝 동안 평균자책 3.37에 13승8패를 기록했다. 포심패스트볼 외에도 체인지업과 커터, 싱커, 커브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켈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15년이나 2016년, 혹은 2017년 누군가 내게 언젠가 미국 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면 ‘당신 미쳤느냐’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메이저리그 5년차가 됐고, 미국 대표팀에서 뛰게 됐다”며 “세상은 항상 특별하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3이닝 2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켈리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 될 지도 모를 WBC 결승전에 나선다.

LA에인절스 팀 동료인 오타니와 트라우트의 투타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오타니는 지난 20일 “결승전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할 준비를 하고 싶다”며 “몸 상태에 따라 등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타니의 불펜 등판은 닛폰햄 시절인 2016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오타니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최종전에 마무리로 등판해 시속 165㎞ 빠른볼을 뿌리며 팀을 일본시리즈로 이끌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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